◎루마니아 “전국왕 입국못한다”/총선ㆍ대선앞두고 악영향 우려/과도정부,비자발급 돌연 취소/야당선 “시민의자유 침해한 불법조치” 규탄◇【파리=김영환특파원】 루마니아에서는 지금 과도정부가 미카엘(68) 전국왕일가의 입국비자발급을 취소한 조치때문에 정국이 소란하다. 5월20일로 예정된 총선 및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 터진 사건이어서 이 문제는 선거쟁점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또 차우셰스쿠독재정권 붕괴후 지난 4개월간 루마니아를 입헌군주국으로 복귀시키느냐 아니면 공화국으로 존속시키느냐는 논쟁이 국민사이에 분분하던때에 튀어나온 이 미묘한 사건때문에 과도정부는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47년 공산정권수립과 함께 강제폐위된후 스위스 제네바에 망명중이던 미카엘은 최근 부활절을 맞아 『42년간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부활절미사에 참석하고 싶다』며 부인과 두 딸을 데리고 루마니아혁명의 발상지인 티미시와라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당국은 미카엘 전 국왕의 요청에 대해 처음엔 사인의 방문으로 간주,입국비자까지 발급했다. 그러나 며칠후 태도를 바꿔 그의 귀환은 선거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신변에 위협을 줄수 있다는 이유로 취리히에서 비행기에 탑승하기직전 입국비자를 취소해버렸다.
미카엘은 공항의 기자회견에서 『나는 부활절에 고국에 있고 싶었을 뿐』이라며 『오늘은 한나라가 그 시민을 인정치 않은 슬픈 날』이라고 비난했다.
이와관련,루마니아의 통신은 『미카엘 전 국왕이 5월20일의 총선과 대통령선거이후로 방문을 미뤄달라는 정부의 호소를 거부해 관리들이 비자을 취소했으며,국경경비대에 그의 입국을 저지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루마니아 과도정부가 입국을 저지하는데는 그럴만한 속사정이 있다. 미카엘이 부활절미사를 위해 수많은 외국기자를 데리고 입국할 경우 공산당이 변신한 현 정권의 정통성을 해치고 총선결과가 불리해진다고 계산한 것. 미카엘은 독재정권이 타도된 뒤 『1923년의 헌법이 루마니아의 유일한 헌법』이라는등 발언을 자주 해온 때문이다.
국왕의 환국소식이 전해지자 그가 묵을 호텔은 바닥을 새로 깔고 커튼을 바꿨으며,많은 시민들이 꽃다발을 들고 부쿠레슈티공항에 마중나갔다 부쿠레슈티대학생들이 전국왕을 환영하기위해 공항으로 집결하려 한 것이야말로 당국이 우려한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된 것일 것이다.
47년 공산정권수립으로 퇴위당한 미카엘 전 국왕은 공식역사에서 언급이 삭제됐다. 그래서 대부분의 루마니아인들은 국왕을 잘모르며 또 군주제도에 대해서도 무관심하기 때문에 입국을 허용하는편이 현명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몇개월전만해도 꿈도 꿀수없었던 국왕의 귀국은 이제 시기의 문제만 남아있기 때문에 밖에서의 발언으로 인한 영향력이 더욱 실세이상으로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루마니아의 지도자들은 집권 구국전선의 이온ㆍ일리에스쿠를 비롯,대부분이 민주주의자로 다시 태어난 것으로 보이길 원하지만 전공산당원이었던 것은 숨길수 없는 꼬리표이다.
반면에 구국전선의 라이벌인 농민당과 자유당은 루마니아의 역사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 만일 선거를 앞두고 전국왕이 돌아오다면 이러한 「역사적정당」의 인기는 높아지고 거꾸로 구국전선의 정통성은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전 국왕의 입국거부는 공산주의자들이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의 입장에 대한 공격에 얼마나 민감해하는가를 증명하는 것이다. 야당들은 벌써부터 미카엘 전국왕은 루마니아의 시민이고 그의 입국거부는 불법이라고 규탄하고 있다.
전국왕에 대한 공감은 확산될 가능성이 있고 그럴 경우 구국전선은 이번 조치에서 독재적인 성향을 보였으므로 지지를 잃었으리란 분석이다.
그러나 구국전선은 과거인물의 부활이 개혁된 공산주의자들을 도울수 없다는 점에서 동구의 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대안이 없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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