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소외」딛고 재부상 채비/“박대행중심 결속”일단 공감/이질적 정치양태ㆍ월계수회등 움직임이 변수○…일요인인 지난 15일 저녁 민자당 박태준최고위원대행은 성북동 모음식점에서 김윤환ㆍ이종찬ㆍ이춘구ㆍ이한동ㆍ심명보의원과 박준병사무총장등 민정계중진6인과 회동했다. 박대행은 이날낮 노태우대통령과 청와대서 박철언전장관의 퇴진이후 당운영및 민정계의 위상재정립문제와 관련,「깊숙한 얘기」를 나누고 나온터였다.
박대행은 이 회동에서 민정계중진들이 당내분 후유증의 조기치유에 적극 나서달라는 노대통령의 당부를 전달하고 이들의 정치력 발휘여하에 따라 당의 진로가 결정될 것임을 강조했다.
박장관은 당이 들끓던 11일밤 노대통령과 6자의 청와대회동이 사실상 박장관 퇴진에 대비한 것이었다면 이날 박대행주재의 6자모임은 현실적인 당내 박장관공백을 이들의 세와 역할로 대체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같은날 박전장관이 주도하는 이른바 「월계수회」소속 몇몇 의원들과 시도책임자들은 시내모처에서 회동했다. 이들은 『김영삼최고위원에 의해 박장관과 민정계가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사태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김최고위원의 방소행적등과 관련,수개항의 공개질의서를 만들어 연판장 형식으로 민정계의원들의 서명을 받으려 하고 있었다.
이 작업은 이날저녁 박총장의 상황보고에 접한 박대행의 제지와 『박장관의 사표로 내분이 수습국면으로 가고 있는만큼 또다른 풍파를 일으키는게 적절치 않다』는 자체판단에 따라 「미수」로 끝났다.
또하나의 움직임은 김중위ㆍ최재욱의원을 중심으로 16일아침 「당의 앞날을 걱정ㆍ고민하는」민정계초ㆍ재선 소장파 21인이 모여 『계파이익을 초월한 각 계보의 대동단결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이끌어 낸것.
박전장관퇴진이 기정사실화된 15ㆍ16양일간에 눈에띈 민정계의원들의 이같은 3갈래 움직임은 「김박 힘대결」로 표현된 민자내분이후 민정계의 행보를 점치게 해주는 주요사례로 보인다. 박대행을 중심으로한 중진세력권이 중심축을 형성 「구심력」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박장관계의 외곽조직이 「원심력」으로 잠재해 있고 여기에 상대적 소외감을 느껴온 초ㆍ재선그룹이 발언권 확대를 노리는 불안정한 삼각구도가 그려진 것이다.
○…우선적 관점은 박대행을 떠받치는 6자중심 「집단안보체제」의 겉과 속.
3당통합및 민자당 운영에서 거의 소외,권토중래의 시기를 기다리던 이들은 노대통령에 의해 박장관 이후의 현실적 대안으로 「재발견」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박대행이나 박총장의 경우는 좀다르지만 이들중 특히 이종찬ㆍ김윤환ㆍ이한동의원은 민정당시절 나름의 영향권을 형성,「차세대」를 위한 영역 확대를 꾀해왔다는 점도 있다. 또한 이춘구ㆍ심명보의원의 경우 6공초 신주류그룹으로 분류되며 노대통령의 「참모」로서 세를 유지해 왔던 터였다.
그러나 합당이란 권력역학 관계의 급격한 변화는 노대통령의 후광을 입은 박전장관의 전면부상을 가져오는 대신 상대적으로 이들의 입지를 크게 축소시켜온게 사실. 개개인의 권력적속성ㆍ정치적배경ㆍ지역적 기반에 따라 이들이 체험한 합당충격의 정도는 다르지만 「장래」를 겨냥한 장기포석의 구도가 싫든좋든 수정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박전장관이 합당의 이니셔티브를 장악했던 상황에서 이들은 여권의 권력구조상 비주류로 분류되는 현실을 감내해야 했다. 또 잠재적경쟁자였던 야권의 두 김씨가 한집안내에서 상대적우위를 차지하며 현실적 경쟁자로 대두함에따라 자신들의 역할한계를 느껴왔던 것같다.
이렇게 볼때 민정계체제의 중심축으로 재부상한 이들의 위상은 과거의 잣대로 측정키 어려우며 이들의 정치적 가능성과 한계를 가늠하는데도 보다 복잡한 변수가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직에서 물러난 박전장관의향후 여권내 위상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이들의 정치적 운신폭과 잠재력도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박전장관과 함께 TK세를 대표해왔던 김윤환의원의 정무장관기용이 주목을 받는것도 이때문이며 비TK세의중심을 형성해왔던 이종찬의원의 행보에 부쩍 관심이 쏠리는 것도 같은 맥락. 또한 박전장관의 대리인역을 맡아왔던 박총장의 발걸음도 유의해야할 대목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장기레이스 채비를 새로 다지고 품을 넓히고 있는 이한동의원이나 노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히 두터운 이춘구ㆍ심명보의원의 「무게추」향배는 박대행체제의 안정성을 결정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물론 당장 박대행을 뒷받침해 계보의 이익을 대변해야하는 만큼 이들은 외양적 결속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대행의 무색하고 매끄러운 경영관리방식의 계보관리가 이같은 결속의 지속성을 보장해주고도 있다.
그러나 박대행박총장김장관으로 연결된 계보의 공식채널은 김장관 특유의 친화력에도 불구,노대통령의 인사성격및 박전장관의 흔적을 말끔히 씻지못해 또다른 갈등의 소지가 내재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같다.
다시말해 김장관의 기용이 박전장관과 대비되는 정치스타일과 탈계보적 갈등조정력을 높이 평가한 결과라하나 노대통령과의 관계,또 TK세 기반등이 중첩돼 무게가 더욱 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관련,15일의 성북동회동후 2차주연때 김장관과 박총장이 빠졌다는 사실이 묘한 해석을 낳고있다. 반면 청와대관계자들은 김장관을 박전장관에 이은 노대통령의 새대리인으로 보는 시각에 부정적견해를 표시하며 김장관이 『당정관계의 실무적 채널로서 특히 두 김씨의 국정연결고리로 기능할 것』이라는 태도를 보여 흥미롭기도 하다.
박장관의 퇴진은 이종찬의원에게도 새로운 정치여건이 되고있는것 같다. 평민당을 배제한 3당통합식의 정계개편에 반대해온 그의 처지도 있지만 구민정당내 개혁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던 그로서 볼때 야권의 합류로 개혁을 표방한 민자당내에서 입지축소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3당합당에 대한 그의 우려가 결과적으로 여론에 의해 현실화된 점과 박전장관 퇴진이후 생긴 민정계의 공백은 그의 운신폭을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얘기다.
또한 지난날 박전장관의 독주에 밀려 민정계중진들이 소외감을 맛보면서 가졌던 공감대는 과거 그에게 쏠렸던 경원의 눈길을 크게 완화시켜준 계기가 됐다는 해석도 있다. 이춘구ㆍ이한동ㆍ심명보의원등과의 교류가 최근 부쩍늘고 있다는 점은 한 예.
○…이렇듯 박대행을 둘러싼 6각체제는 합당이라는 변화된 정치상황속에 새로운 경쟁과 협력관계를 모색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표면적 행동반경은 제한돼 있다.
이는 민정계가 두터워야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가 확대될 수 있다는 공통분모를 제외하면 저마다 구체적 정치적 이해관계의 궤도를 달리하고 있다는 현실,또 자신들의 「부침」이 박전장관이란 외생변수에 의해 주어졌다는 점,계보중진이라는 제한된 반경속에서 뚜렷한 역할이 주어져 있지 않다는 점등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더욱 크게는 합당후의 정치판 구도가 유동적이고 「좌판」을 벌일만한 질서가 잡혀있지 않다는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월계수회」로 호칭되는 박전장관세력의 원심력이 잠복해있는것도 주요요인인 듯하다. 노대통령이 박대행 중심의 결속을 당부한 배경엔 사실상 이들을 「중간실세」로 인정한다는 뜻이 깔려있다는 해석도 유력하다. 그러나 여권의사결정 채널에 근접해있는 김장관ㆍ박총장과 이종찬의원등의 처지가 다를 수밖에 없고 이에따른 이들의 정치양태도 다른만큼 박대행중심의 민정계 6각체제는 당분간 튼튼한 계보관리에 치중하면서 정치양태의 변화를 기다리는 자세를 취할 전망이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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