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평 재요구 지자제실시 압력용/야통합 원칙수준… 외압우회 기대3당통합으로 여소야대 정국에서 가졌던 제1야당의 위치가 축소되고 4ㆍ3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아 수세에 몰렸던 김대중 평민당총재가 21일 기자회견과 대전집회를 통해 현정국을 「위기상황」으로 진단하면서 노태우대통령에게 3당통합취소나 중간평가실시의 양자택일을 촉구한 것은 정국주도권 재장악을 겨냥한 대여공세라고 풀이할 수 있다.
김총재가 이날 지방의회 의원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허용한다면 청와대 영수회담에 응할 수 있다는 그동안의 조건부제의를 철회하고 국정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무조건적인 영수회담을 제의한 것도 최근 민자당내분이후 국민사이에 실추된 여권의 위상을 감안한 정국주도 의미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시말해 김총재가 「3당합당을 취소하고 거국적협의에 의한 난국타개책을 세워야 한다는 제의를 노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지난해 3월 자신이 앞장서 유보시켰던 중평실시를 요구한 것은 3당통합이후의 정국상황을 역이용,평민당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적계산을 깔고 있는 것이다.
김총재의 이날회견은 ▲현교착정국에 대한 타개책 ▲야권통합에 대한 입장 ▲물가ㆍ주택문제 등 민생현안에 대한 대안제시 등 3개부문으로 요약된다.
김총재는 3당합당은 완전한 실패로 귀결됐다고 주장하며 이에대한 증거로 ▲4ㆍ3보선결과 ▲민자당내분 ▲민심이반현상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노대통령에게 3당합당전당대회를 취소하는 한편 거국적 협의를 통한 위기극복을 주장한 것은 「소야」로 전락한 평민당의 위상제고를 노린 대국민용 카드라고 해석된다.
김총재가 이날 회견에서 3당합당 취소요구가 받아들여지지 못할 경우 올가을에 중평을 실시,노대통령은 그 결과에 따라 진퇴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평민당이 야권통합기류의 틈바구니속에서 대여공세로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대여론용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5공청산과 함께 사장돼버린 중평카드를 또다시 들고나온 것은 평민당측의 「춘투정국」의 수위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며 앞으로의 대여공세강도및 장외투쟁방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어서 주목된다.
즉 중평을 요구함으로써 여권은 물론 여론으로부터의 부정적인 반응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면대응의 의지를 표시한 것이며 이는 중평실현관철에 목적에 있다기보다 평민당측이 그동안 추진해온 1천만명 서명운동의 명분을 촉진하겠다는 의도와 함께 총선및 지자제연내실시를 노린 대여압력용으로 풀이된다.
김총재 자신도 여권이 총선실시는 수락하지 않더라도 지자제연내실시문제는 더이상 지연시킬 수 없다는 여론을 고려,연내에 지자제가 실시될 경우 다수의석을 확보하겠다는 최소한의 승부수로 중평카드를 연계한 것 같다.
따라서 김총재가 종전의 「조건부영수회담」에서 「무조건회담」으로 선회한 것은 야권통합문제와 관련한 범야권의 미묘한 기류및 당내서명움직임등 자신에게 쏠리고 있는 외압을 완화시켜 보려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총재가 이날회견에서 이제까지 정치권에서 관행으로 여겨온 「여야영수회담」이라는 표현대신 「정상회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민자당측이 김영삼최고위원과 1차회담을 갖고 노대통령과 회담을 갖자는 2중방식제의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미와 함께 김최고위원의 여권내 위상약화를 겨냥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김총재는 야권통합문제와 관련 ▲당 지도체제변경 ▲당명개칭용의 ▲전당대회 연기 등 평민당의 야권통합을 위한 의지를 강조한 뒤 민주당(가칭)측에 창당작업을 중지하고 양측에서 선출된 공식대표를 통해 모든 조건을 협의하자고 제의했다.
김총재의 이같은 제의는 민주당을 협상 파트너로 공식인정했다는 점에서 종전보다 진일보한 측면도 있으나 양측협상실무자간에 논의되고 있는 대표경선문제및 당대당통합의 균등지분인정등 평민당의 기득권을 양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원칙론고수」수준에 맴돌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김총재는 또 민주당측과의 통합협상제의와 함께 재야민주세력과의 통합및 기타 주요인사들의 영입문제에 대해 박차를 가하겠다고 언급함으로써 민주당측으로부터 통합주도권을 노린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야권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당내서명파및 범야세력으로부터 통합의지 빈약이라는 반발이 예상된다.
이밖에 김총재가 3당통합후유증으로 야기된 정국불안이 국민생활을 위협,산적한 민생문제를 낳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물가및 주택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것은 평민당이 정책정당이라는 이미지제고를 노린 것이지만 정치문제에만 일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어쨌든 김총재의 이날회견과 대전집회는 민생문제 미해결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확대해 보려는 의도와 함께 민자당 지지도를 하락시키면서 평민당측의 「반사이익」을 추구하겠다는데 주안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정병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