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추기경이 법조계안팎의 지대한 관심속에 21일 상오10시 서울고등법원 중법정에서 열린 서경원피고인의 항소심결심공판에 법정증인으로 나와 1시간가량 증언했다.생전처음으로 법정에 나왔다는 김추기경은 『종교인으로서 양심상 증언요청이 있을 때 피할 수 없었으며 재판부에서도 일단 나오면 증인으로 받아주겠다고 해 출석했다』고 출석동기를 밝히고 『그러나 출석여부에 관한 결정은 다른 신부들과 상의하지 않고 나혼자 결정했다』고 말해 그동안 출석을 놓고 심사숙고해 왔음을 시사했다.
증언대에선 김추기경은 시종일관 담담하게 신문에 응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서피고인에게 다소 유리한 증언을 했으나 서피고인의 비밀행동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김추기경은 서피고인이 북한으로부터 자신의 방북을 추진하라는 지령을 받고 자신을 만났다는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서의원이 나를 만나 방북사실을 털어놓은 것은 서의원 나름대로 남북관계개선이나 종교자유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왔다는 사실을 교회의 책임자인 나에게 자랑하고 칭찬받고자 하는 것 같았다』고 말하자 서피고인은 약간 부끄러워하는 눈치였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견해 진술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단이 대립했을때 김추기경은 가끔씩 천장을 쳐다보며 「굳이 말못할 이유가 없다」는 표정으로 재판부를 바라보았다.
증인신문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진술기회를 얻은 김추기경은 『국가보안법상의 불고지죄가 정부로서는 필요할지 몰라도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를 믿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며 『국가보안법자체도 사회여론이나 민주화의 시점에서 볼때 개정되거나 철폐돼야 할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서 계속된 변론에서 변호인들은 김추기경의 이같은 증언에 힘을 얻은듯 그동안 지적해왔던 변호인 접견제한과 수사기관에서의 가혹행위등 수사상 적법절차를 내세워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김추기경은 오로지 종교적 양심에 따라 증언한 듯했다.
나흘뒤 있을 선고공판에서 이 사건을 둘러싼 종교적 판단은 법적판단과 어느정도나 일치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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