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쉬운 돈벌이”부끄럼없이 빠져/“공장 힘든다” 뛰쳐나오기 일쑤/유흥비 위한 「1회성」도 늘어나지난 17일 하오 5시께 단속된 서울 시내 윤락녀들을 수용해 기술교육을 하는 강남구 수서동 서울시립여자기술원 원장실에서 김모양(15ㆍ대전 모여중3년)이 어머니와 함께 퇴소절차를 밟고 있었다.
김양은 지난해말 의붓아버지와의 불화로 무단가출 상경했다. 처음 봉제공장에서 1주일간 견습공생활을 하던 김양은 일이 힘에 겹고 월급도 생활비에 못미치자 공장을 뛰쳐나와 전신주의 구인광고를 보고 도봉구 쌍문동 W 찻집을 찾아갔다.
비슷한 또래의 접대부 3∼5명이 있는 이 찻집과 동대문구 장안동 룸살롱등에서 3개월간 술손님을 받고 손님과 외박도 나갔다. 중학생이어서 소위 「중비리」라고 통칭되는 김양은 외박손님들로부터 「웃돈」을 받았다. 김양은 지난달 17일 경찰단속에 적발돼 이 기술원에 인계됐다.
한달간의 임시보호생 교육을 마치고 어머니손을 잡고 떠나는 김양의 얼굴에는 부끄러움보다는 동료들과의 이별이 아쉬운 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제는 집을 나가지 말고 학교 열심히 다녀야지』라는 어머니의 말에 김양은 천연덕스럽게 『엄마가 안오면 여기서 1년동안 기술이나 배우려 했어요. 떡볶이가 먹고 싶어요』라고 대꾸했다.
김양의 경우 10대 매춘의 가장 전형적인 사례이다.
가출소녀들이 걷는 순서는 거의 어김없이 공장,다방,술집,윤락녀의 길이다. 그들은 단속에 걸려 여자기술원으로 인계되는 게 제일 재수가 없다고 말한다. 이곳에서 나온다해도 적지 않은 수가 다시 같은 길을 걸으며 수용기간은 단지 「실직」상태일 뿐이다.
성의 상품화시대는 결국 매춘ㆍ매매춘사회로 이어지며 자의식이 제대로 확립되지 못한 10대들은 가장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빨려들고 만다. 인신매매등 물리적 강압에 의한 매춘이 많지만 자의반 타의반의 10대 매춘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물론 기성세대의 비뚤어진 수요 때문이다.
가출로 시작된 생활방편성 매춘이 아니더라도 10대들의 영악하고 충동적인 1회성 매춘도 점차 눈에 띄어가고 있다. 회사원 성모씨(29ㆍ서울 강동구 명일동)는 지난해 12월 천호동 번화가에서 자정을 넘겨 귀가를 하다 술을 사달라며 접근하는 10대 소녀를 만났다.
그녀는 『집안도 어렵고 용돈도 없다』면서 『5만원을 주면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제의했다. 이 소녀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고 자주는 아니지만 한달에 한번정도 밤늦게 거리에 나온다고 고백했다.
강남의 유흥가에서는 단골고객에게만 학생증을 보여주고 어린소녀들을 마담의 아파트에서 만나게 해주는 사례도 있다.
서초구 방배동 모카페주인 김모씨(45ㆍ여)는 『일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10대들은 거의 대부분 유흥비가 떨어져 온 아이들이고 한달정도 일하다 나가곤 한다』고 말하고 『지난해 6월 10대 2명을 고용했다가 우연히 수첩에 있는 전화번호를 보고 중학교 2학년생인 것을 알고는 집에 돌려보낸 적이 있다』고 털어 놓았다.
10대 윤락녀의 놀라운 증가추세는 서울시립여자기술원의 경우만 봐도 짐작이 간다. 85∼89년동안 이곳을 거쳐간 윤락여성 3천9백48명중 10대가 30%를 차지했고 89년 한햇동안에는 38.2%였다. 특히 14∼16세의 어린 소녀가 85년에는 28명에 불과했으나 86년 84명,87년 80명,88년 84명,89년 92명으로 늘어나 85년보다 3배이상 늘어났다.
부산 시경이 지난 연말 부산 진구 범전동ㆍ양정동일대 퇴폐ㆍ변태유흥업소를 일제단속한 결과 접객부 70명중 절반이 넘는 39명이 10대였고 이중 여중생도 3명이었다.<19면에 계속>
◎“이상수요” 기성세대가 공범/10대 매춘 사회방치속 술집서 급속 번져/돈에 눈먼 업주들 극성 “장사”/「도덕결핍」세태가 수치심 못느끼게 해/아파트 비밀영업에 남자 접대부까지
<1면에서 계속> 10대들의 매춘이 성행하면서 유흥가에는 반인간성의 극치인 「영계」라는 신조어가 통하고 있고 일부 업소들은 아예 「영계다량입하」등 낯뜨거운 간판을 내걸거나 광고전단도 공공연하게 돌리고 있다.
유흥가마다 삐끼들이 『무공해 영계와 즐기세요』라며 호객하는 세태속에서 미성년자보호법,윤락행위방지법은 이미 법전속에나 존재한다.
이른바 「영계촌」「호스티스 사관학교」로 유명한 서울 강북 모 여대앞 술집에는 유흥비가 떨어진 10대들이 룸살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중엔 접대부로 눌러앉은 경우도 허다하다.
이곳의 한 3층건물은 1층은 「미팅룸」이란 이름의 고교생 대학생들의 미팅전문 레스토랑으로 꾸며져 있고 2층은 칵테일을 파는 카페로 돼있으나 3층은 10대들이 나오는 룸살롱이다.
이들은 팁 2만원을 받고 술시중을 들지만 돈이 궁하거나 상대가 마음에 들면 화대 10만원을 선불로 받고 외박을 나간다. 10대들은 변두리의 허름한 술집에도 쉽게 눈에 띈다.
「하꼬방카페」로 불리는 술집 1백여개가 모여있는 도봉구 미아동 D극장 뒤편의 카페들은 자정이 넘어도 문을 걸어잠그고 영업을 계속한다. 이곳은 2평남짓한 밀실에 소반을 놓고 맥주를 5병단위로 3만5천원씩 받으며 10대 접대부가 1만원만 주면 옷을 모두 벗고 「신고식」을 하고 매상의 5%를 차지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김모양(17ㆍ여중2년 중퇴)은 『직빵(술자리에서의 윤락행위)은 절대 하지 않는다』며 『술집은 허름해도 반드시 외박을 나가 손님에 따라 5∼10만원의 「영계값」을 받는다』고 말했다.
8백90여개 업소가 들어차 「텍사스」로 통하는 성북구 하월곡동 88 사창가의 포주들은 『20대는 르망,10대는 그랜저』라고 부른다.
20대를 고용하면 르망승용차값을 벌 수있고 10대를 두면 그랜저승용차값을 벌 수있다는 뜻이다.
포주들은 자기들끼리 『르망 몇대 그랜저 몇대를 굴리는 운수사업가』라고 말한다.
지난 12일 상오 9시께 서울 동대문경찰서 원남파출소에는 「홀복」이라고 불리는 흰드레스차림의 소녀가 택시에서 내려 뛰어들어와 『저를 집에 보내주세요』하고 애원했다.
16세인 김모양(전남 나주군)은 여중 2년때인 88년 남중생들과 탈선을 배웠다가 퇴학당한 후 상경,공장동료들이 쉽게 돈을 버는 것을 알고 여러곳을 거쳐 강동구 천호동 「신텍사스촌」에 흘러들어갔다. 쇼윈도의 마네킹처럼 앉아 손님을 맞는 이곳은 술방과 「연애방」이 한집에 있다.
김양은 영양제 주사를 맞아가며 5개월간 이곳에서 일했다. 김양은 『일제때의 정신대가 걸어간 인생을 신문에서 읽은 후 나의 처지를 깨닫고 탈출했다』고 고백했다.
김양은 가족과 연락돼 집으로 돌아갔으나 김양의 신고로 포주와 함께 연행된 박모양(18ㆍ충남 홍성군)등 3명은 『누구 간섭 안받고 먹고 사니 괜찮다』며 연고를 대지 않아 수용시설로 넘겨졌다.
강남과 여의도에서는 아예 마담이 10대들을 아파트에서 합숙을 시키며 술집과 아파트를 연계해 영업을 하는 사례가 많다.
회사원 김모씨(30ㆍ중구 필동)는 며칠전 동료 2명과 함께 서초동 S룸살롱에서 1차를 하고 호스티스들이 많이 살기로 이름난 M아파트의 이들 숙소로 가 전문대 1년생과 만났다.
외국인 상대 10대 콜걸도 많다. 88올림픽때 시내 S관광호텔경비업무를 맡았던 한 경찰간부는 『일본인 방을 찾는 10대들이 너무 많아 호텔측에 자제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10대 매춘의 현장에는 미소년들도 있다. 지난해 8월 적발된 용산구 한남동 준스테이션등 「호스트바」 5개소의 남자접대부 31명중에는 김모군(17ㆍY고2)등 고교생 4명이 끼어있어 충격을 주었다.
김군은 디스코장에 갔다가 종업원의 유혹에 넘어가 호스트바에서 일본인 현지처 가정주부 호스티스 등을 상대해주게 됐다.
이 술집을 단속한 서울 시경 특수기동대 한 관계자는 『10대 소년접대부중에는 일본에 가서 술시중 매너와 섹스기술을 교육받고 온 아이들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서울시립여자기술원 정영희원장은 『급증하는 10대 매춘은 기성세대가 공범자』라면서 『사회의 치부로 부끄러워만 하는 단계를 훨씬 넘어 섰다』고 밝혔다.
□특별취재반
▲사회부=한기봉 신윤석 장병욱 홍윤오 고재학기자
▲사진부=오대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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