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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의 모친초청 본심아닐 것”/북한방송 한필화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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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의 모친초청 본심아닐 것”/북한방송 한필화씨 인터뷰

입력
1990.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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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없는 남쪽서 모실리 없어”/“일 상봉때도 감시”… 비난 일관○…오빠 한필성씨와의 삿포로 재회로 이산가족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던 북한체육인 한필화씨가 오빠 한필성씨의 북한고향 방문이 허가돼 있는 상태에서 오빠를 비난하고 나서 또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통일원에 의하면 북한방송은 한필화씨가 지난 19일 인민문화궁전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오빠와 남한을 맹렬히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북한방송이 보도한 필화씨의 기자회견내용을 간추린 것.

『오빠가 남조선 적십자사를 통해 편지를 보내왔다. 오빠는 이 편지에서 어머니 안부를 물었다. 그런데 오빠는 어머니를 남한의 자기집에 초청한다고 했고 어머니가 몸이 불편하면 오빠가 북한의 어머니집으로 찾아오겠다는 것이었다. 어머니에게 이 편지를 읽어 주었더니 자식이 찾아오는 게 도리라면서 몹시 노한 뒤 이를 편지로 써서 오빠에게 알려주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오빠에게 편지를 써 이 사실을 전했다. 편지에는 오빠가 어머니품으로 올케와 조카들까지를 데리고 와 평양에서 헤어지지 말고 함께 살자는 얘기도 썼다. 어머니를 미국놈이 판치는 데로 부르는 것은 자식된 도리가 아니기 때문에 본심이 아닐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필화씨는 자신의 설명이 끝난 뒤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가졌는데 다음은 그 요지.

­오빠가 어머니를 남조선에 오라고 한게 본심이 아닐 것이라고 했는데 그 증거는.

『자식이 부모에 효도하고자 찾아오는 게 조선민족의 예의품성 아닌가. 오빠가 어머니를 미국놈이 주인행세를 하고 파쇼들이 전횡을 하는 남조선에 부른다는 게 불효라는 것을 모를리 없다.

오빠는 마음씨가 착하고 어머니말이라면 끔찍이 여긴다. 지난번 만났을 때도 어머니소리만 나오면 계속 울었다. 오빠는 초청이라는 말을 썼는데 이는 남남간에 쓰는 용어 아닌가. 오빠는 삿포로에서 만났을 때도 남북교류가 실현되면 맨먼저 어머니가 있는 평양에 가 세배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한달도 못돼 어머니를 남조선에 오라고 하고 있다. 이는 절대 오빠 본심이 아니다. 누구의 강요에 의해,말하자면 불순세력에 의해 마지못해 어머니를 초청한 것 같다』

­불순세력의 개입과 압력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오빠하고 삿포로에서 얘기할때 이상한 감을 느꼈고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40년만에 만나 포옹했을 때 옷에 보청기 마이크가 붙어 있었다. 오빠의 바지가 축 쳐져 있었는데 휴게실에서 보니 소형녹음기가 들어 있었다. 삿포로에서 헤어질 때에는 오빠 허리에 찬 소형녹음기 네개 중 하나가 떨어지기도 했다.

오빠는 어머니하고 국제전화를 할 때에도 할말은 많지만 다음에 하겠다고 했다. 오빠 주위에는 항상 5∼6명의 요원이 따라 다녔다. 기자회견때 나에게 눈총을 쏘는 사람까지 있었다. 남조선이야말로 인권폐허지대이고 인간들의 자유와 권리를 짓밟는 폐쇄사회라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었다.

나는 오빠에 대한 비인도적 처사를 국제인권옹호위원회와 국제적십자사에 제소한다』

­오빠가 오빠가족과 함께 평양으로 와 어머니와 함께 살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오빠는 효성이 지극해 어머니가 오라고 하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빠는 16살때 미제의 원자탄공갈 때문에 남으로 갔는데 어머니는 오빠에게 어디가 3일만 숨어 있으라고 했다. 오빠는 남에 가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손이 거북이등 같았다. 오빠가 평양에 올수 있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자 손에 달렸다. 남조선 당국자들은 말로만 남북이산가족을 재회시키겠다고 할 뿐 진짜로 만나는 것은 달가워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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