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통합을 위한 성의표시의 하나로 평민당은 예정했던 전당대회를 일단 연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가칭 민주당의 일부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기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평민당의 전당대회가 연기되고 민주당의 반응이 얼마간 긍정적으로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옆에서 보기에 야권통합의 조속한 진전이 그리 쉽게 이루어질 것 같은 조짐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평민당으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야권을 통합할 것이며 그러한 통합을 통해 평민당의 최대약점인 지역성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보고 있을 것이다. 통합을 위한 노력을 가시적으로 국민앞에 내보일 필요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야권통합이 늦어지게 될 경우 그 책임을 상대방한테 전가시킬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을 법하다.
그러나 평민당이 제시하고 있는 통합을 위한 양보조건은 협상 상대인 가칭 민주당의 환심과 호응을 얻기에 상당히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평민당이 70의석을 가진 유일야당이라는 것은 사실이나 그들이 유일야당의 기득권을 주장하고 유지하려 드는 한 상대방이 통합협상에 적극적으로 응해 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70의석을 가진 유일야당이라는 사실이 정치적 현실이라면 그와 꼭 마찬가지 비중으로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야권통합을 성취하는 것이 야당다운 야당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첩경이고 평민당이 지역성에서 탈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사실도 엄연한 정치적 현실인 것이다.
가칭 민주당이 호남권을 제외한 타지역에서의 주도권을 멀지 않은 장래에 자기네들이 장악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한 평민당 주도하의 통합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며 우선 창당부터 해놓고 1대1의 당대당통합을 주장할 것이 기정 코스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들이 겨냥하는 것이 차기총선이라는 점에서 그러한 주장은 상당한 근거를 가진 셈이다.
평민당은 당명의 변경과 집단지도 체제로의 당체제 전환을 약속하고 있으나 김대중총재의 2선후퇴나 70의석이 갖는 기득권을 포기할 의사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가지 사항을 고수하겠다는 것은 결국 평민당이 통합야당의 주도권을 갖겠다는 확인이며 김대중총재가 게속 통합야당의 제1인자 역할을 맡겠다는 의사표시이기도 한 것이다.
야권통합이라는 것이 과거의 야당 거물 몇 명을 개별적으로 영입해 들인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재야세력의 부분적 흡수도 별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 못된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야권통합은 가칭 민주당과의 통합일 수밖에 없겠는데 평민당이 새로운 조건의 제시없이 그저 전당대회나 연기하고 통합노력을 계속하겠다는 대외성명이나 발표한다고 해서 민주당의 창당을 유보시킬 수 있으리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당명변경이 신당출범에 그다지 큰 의의를 가지는 것이 못되고 김대중총재 영향하의 집단지도체제 라는 것이 별반 새로운 상황조성을 할 수 없다고 인식될 경우 『우리에게 더이상의 양보를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평민당의 자세는 야권통합에 어떠한 도움이나 진전도 줄 수 없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명분을 세우기 위한 형식적 통합노력을 지양하고 만약 실질적인 새 양보조건을 평민당이 제시한다면 가칭 민주당도 이에 진지하게 응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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