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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강경돌변… 원점 맴돌아/「3세문제」등 한ㆍ일현안 중간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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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강경돌변… 원점 맴돌아/「3세문제」등 한ㆍ일현안 중간점검

입력
1990.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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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악법철폐 “불가”완강/합의직전영주권도 후퇴/역사성무시,부처마다 횡설수설… “방일재검토”여론고조재일동포3세 법적지위문제 및 태평양전쟁보상에 대한 한일간 협상이 지지부진하기만하다. 당초 민단이 정리해 한국정부에 건의한 9개항에 대해 우리정부가 어디까지를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있는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판국에 일본측은 고위정치가와 실무자의 얘기가 다르고,성청간에 큰 이견이 있는듯 연일 이소리 저소리의 관측기구를 띄워올리고 있다. 이때문에 당사자인 재일동포들은 물론이고 본국인들도 종잡을 수 없는 여러 얘기들에 어리둥절할 정도이다.

이같은 상태를 반영하듯 20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4차 비공식 실무회담이 연기되기에 이르렀다. 한국외무부 소식통에 의하면 양측은 원래 외무부 아주국장 등이 참석할 이번 회담에서 그간의 협상결과를 마무리,이달말에 열리게 돼있는 외무장관회담에 올릴계획이었다. 그러나 일본측의 성청간 의견조정에 진전이 없어 같은 주장을 되풀이할게 뻔한이상 무의미한 회담을 갖기보다 차라리 회담을 미루고 일본측 의견조정을 기다리기로 했다는 것.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일본측 부처간 이견조정작업을 벌여온 협상주무부서인 외무성은 외교현실상 다소 유연한 입장인데 반해,법무성 문부성 경찰청등은 원칙론을 강경하게 고수하고 있다.

외무성은 재일동포3세는 물론 자자손손에 영주권을 부여하며 이른바 4대악법인 지문날인 외국인등록증휴대 강제추방 재입국허가제등도 철폐 또는 대폭 완화하자는 의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에 반해 법무성등은 재일 한국인 자손에게 대대로 영주권은 부여하되 「4대악법」은 철폐할 수 없고 시행과정에서 현재의 규제를 약간 완화한다는 태도여서 외무성과 어느정도 이견이 있는 것으로만 보였었다. 그러던 것이 노태우대통령의 방일과 재일동포 법적지위문제를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한국정부의 생각이 알려지고부터 일본측의 입장이 돌연 강경해지기 시작했다. 어떤 의미에선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도 볼수있다.

일본의 태도변화는 지난11일 열린 자민당 치안대책특별위원회가 신호탄이었다.

이자리에서 『치안은 행정상의 문제이지 정치문제가 아니므로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 『정치가가 감정에 치우쳐 불규칙한 발언을 하면 한국측에 지나친 기대를 안겨줄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터져나온 것이다. 특히 이날 회의에 일부 의원이 제출,앞으로 토의에 부쳐질 것으로 알려진 건의서는 한국에도 지문제도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지문제도나 외국인 등록증 상시휴대제도 등을 폐지하면 국내치안에 중대한 영향을 줄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완강한 법무성 등을 자민당 일부에서조차 측면지원하고 나선것이다. 이런 분위기탓인지 이번엔 양국간에의 견접근을 본것으로 알려졌던 영주권문제까지 어렵다는 얘기가 지난 16일 「일정부관계자」의 입을 빌려 일본언론에 보도되기에 이르렀다. 한국 국적보유자에게만 자자손손 자동적으로 영주권을 인정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무리이기 때문에 재일한국인에게 항구적으로 영주권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17일 중의원법무위에서 법무성 입국관리국장은 일본측 협상안의 뼈대로 보이는 안을 내놓았다. 즉 ▲3세이후의 후손에 대해서도 절차를 간소화해 영주를 허가하고 ▲재입국허가 기간을 연장하며 ▲강제추방도 1ㆍ2세보다 불리하게 하지않되 ▲지문날인과 외국인 등록증 휴대의무는 현행제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현재의 1ㆍ2세에 대한 처우보다 별로 나아질 것이 없는 것으로,협상자체를 무의미하게 하는 경직된 태도의 표시이다.

재일한국인의 국공립학교 교사채용에 대해서도 호리ㆍ고스케(보리경보)문무상은 『공적인 의사형성에 관계되는 공무원은 일본국적이 필요하다』며 반대를 분명히 했다.

또 지방공무원임용에 대해서도 오쿠다(이전)자치상은 『경찰이나 세무직등 공권력 행사를 맡고 있는 분야의 외국인채용은 곤란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의료기술이나 기능노무직의 채용범위는 확대해가겠다고 했지만 이 분야는 이미 재일한국인이 진출하고 있어 생색을 낸것뿐인 것이다. 이러니 지자체참정권부여는 거론조차 되지않을 정도다.

그러면서도 가이후(해부)총리는 「일본의 역사적 책임」을 시인하고 나카야마(중산)외상은 「정치적 결단」을 공언하는 등으로 양면작전을 구사하는 인상이 짙다. 협상이 원점을 맴도는 것은 양측의 인식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한국측은 일본에 대해 과거의 속죄와 역사적 책임에서 결자해지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역사적 원인은 제쳐둔채 「재일한국인도 외국인」이라는 「원칙」아래 약간의 양보로 문제를 매듭지으려는 속셈이다. 하세가와(장곡천)법상이 『노대통령이 도요토미ㆍ히데요시(풍신수길)가 일으킨 임진왜란부터 거론했는데 그런문제까지 제기하면 타결은 불가능하다』고 한 발언은 일본측의 태도를 그대로 드러내보이고 있다.

일본은 성청간 이견조정이 어렵자 미일구조협의회때처럼 주관부처를 외무성에서 내각관방성으로 옮길것을 검토한다고 하지만 결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치인인 장관보다 국장이하의 실무자들의 발언권이 센 일본관료조직의 특성이나,협상의 키를 쥔 법무성 자치성 경찰등이 일본내에서도 가장 구시대 잔재가 온존해 있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정부의 협상자세가 중요한 시점이다. 대통령방일과 협상을 연계시키지 않기로 한것도 방일전 조기타결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다.

그러나 꾸준히 협의해간다지만 대통령 방일후는 오히려 일본측의 정치적 결단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재일동포문제외의 다른 현안도 별로 없는 대통령 방일이 재검토돼야 한다는 지적도 그때문이다. 돈몇푼에 오늘의 문제를 잉태시킨 전정권의 「65년 한일협약」이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는게 재일동포를 비롯한 한국인 모두의 외침이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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