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위 “개혁파 축출”공개서한 파문확산/민주강령파,전당대회전에 신당창당 위협/프라우다ㆍ청년동맹가세… 「고」의 양파견제책 추측오는 7월2일 개막될 제28차 소련공산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연돼 온 공산당의 내분이 급진개혁파의 출당가능성을 시사한 당중앙위 공개서한 발표이후 분당를 향해 치닫고 있다.
지난 3월 중순의 헌법개정으로 정치국이 유명무실해진 이후 당의 최고의사 결정기구 역할을 하고 있는 중앙위는 지난 10일 공개서한을 통해 당내 급진개혁파 그룹인 「민주강력」파를 직접거명,『당을 분열시키려한다』고 맹비난 했었다.
이 서한은 『지속적이며 의도적으로 당을 분열시키려는 당원들에게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고까지 선언했다.
「민주강령」파란 당대회에 참석할 대의원을 종전처럼 「하향식지명」이 아닌 평당원들의 「직접ㆍ비밀투표」방식으로 선출하자고 주장해온 당내 급진개혁 세력을 말한다.
이들은 『만일 당지도부가 우리들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아 당의 내부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당대회 이후 독자적인 사회민주당을 창당하겠다』고 위협해왔다.
고르바초프는 공개서한이 발표된 바로 다음 날인 11일 『공개서한의 공격대상은 정치적 야심을 채우기 위해 자본주의 회복을 꾀하는 자들이며,그들의 축출을 거론한 것도 당의 단결을 촉구하기 위한것』이라고 해명왔으나 휴화산이 활화산으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민주강령」파의 한 지도자는 공개서한을 예고르ㆍ리가초프를 필두로 한 보수파의 「당권 장악쿠데타」로 규정,『7월 전당대회를 기다릴 것도 없이 즉각적으로 사민당을 창당하자』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소련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는 16일자 1면 머릿기사로 취급된 사설을 통해 분당 움직임을 경고하고 나서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분당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7월 전당대회이전에 단일정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 프라우다는 『보수파와 급진개혁파를 모두 배제해야 한다』는 자세를 취했으나 급진개혁파 공격에 초점을 맞췄다.
이 신문은 『보수파는 러시아 민족주의적 공산당으로 당을 변모시키려하고 있고,개혁파는 정치적 야심에서 당의 개혁을 악용하고 있다』고 각각 비판했다. 특히 급진개혁파에 대해서는 『야심을 품은 지도자 밑에서 페레스트로이카의 깃발을 흔들며 당대회 지배력을 장악,공산당원들의 역사적 사명을 그르치려 하고 있다』고 격렬히 비난했다.
프라우다의 사설로 보수파에 기울어지는듯 보였던 논쟁 양상은 17일 미래의 핵심당원을 양성하는 콤소몰(공산당 청년동맹)이 당중앙위의 공개서한은 『당내논의를 억압하려는 기도』라고 규탄하고 나섬으로써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콤소몰은 공개서한을 『보수세력들이 다른 견해를 가진 당원들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매도했다.
이러한 일련의 논쟁과정에서 관심의 초점이 되는 것은 고르바초프의 의도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고르바초프는 표면적으로는 보수파의 대급진개혁파 공격에 가담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11일의 공개서한 해명이 그렇고 또한 고르바초프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해온 프라우다가 보수ㆍ개혁양파를 싸잡아 공격하면서도 급진개혁파의 공격에 더 무게를 싣고 있는 사실등이 이러한 추측의 증거로서 제시 될 수 있다. 하지만 고르바초프가 집권 5년동안 보수ㆍ개혁 양파를 상호 견제시키며 「고르바초프식 개혁」을 추진해온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 3월중순 인민대표대회의 헌법개정 기간중 보수ㆍ개혁 양파간의 격렬한 대립으로 분열상을 이미 경험한 바 있는 고르바초프는 당대회가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막기위해 논쟁을 사전에 노출시켜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고르바초프가 일견 보수파에 가담한 듯한 인상을 보이는 것도 일련의 개혁조치에 불만을 품은 보수파들이 리투아니아 문제로 인한 외교적인 곤경을 틈타 발언권을 강화하려는 시도를 예방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고르바초프의 진정한 의도를 살펴보는데 유효한 자료는 16일자의 프라우다의 사설이다. 프라우다의 사설은 「양극단」을 모두 배제해야한다고 주장하며 페레스트로이카를 거부하는 보수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공격을 했던 것이다. 고르바초프는 보수파의 힘을 빌려 정부기관ㆍ공장ㆍ농장ㆍ군부대에서 공산당 세포조직을 해체하라는 급진개혁파와 「절연」하고 온건개혁세력의 저항을 통해 개혁에 저항하는 수구적 보수파를 「견제」하려는 것이다.
지난 9일 미국을 방문한 겐나디ㆍ게라시모프가 언급한 것처럼 고르바초프등 소련공산당 지도부는 분당을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논쟁은 수구적 보수파들이 더이상 당개혁의 장애가 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또한 급진개혁파와 온건개혁파를 「분리」시키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서 고르바초프 자신이 촉발한 인상이 짙다.【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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