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해서 박철언정무장관의 사퇴는 공인으로서 잘한 일이고 정국정상화를 위해서도 다행한 일이다.그의 사퇴로 일단 민자당내에 붙었던 급한 불은 끌 수 있었으나 그렇다고 응어리진 계파간의 대립이 해소되었거나 불협화음의 불씨마저 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 국민들 눈에 추태로까지 비쳤던 내분이었으니 사태가 일단락지어졌다고 해서 민자당이 입은 상처가 곧 아물어지리라고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누가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이번 사태가 남긴 상처는 김영삼최고위원과 박씨만의 것이 아니라 당과 노대통령의 지도력에까지 미쳤다고 봐야 할 것같다. 따라서 이의 치유를 위해서는 당전체가 꽤 오랜 시간을 두고 섭생을 해야 할 줄로 안다.
서로 이질적인 당과 사람이 모여서 새정당을 만들었으니 그들간의 결속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리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았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구국적 차원에서 당을 합쳤고 「신사고」에 바탕한 새정치 풍토를 국민앞에 선보이겠다고 약속한 사람들이 당권장악과 얽힌 파쟁싸움을 일으키고 상호간의 감정대립이 많은 사람들의 냉소를 샀다면 새당에 걸었던 국민들의 기대는 크게 망가졌으며 거대여당에 대한 신뢰감도 현저히 떨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책임의 상당부분은 박철언씨가 져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물론 김영삼최고위원에게도 문제가 없었다고 말하지는 않겠으나,박씨의 폭탄선언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데다가 그 내용이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언행은 당과 노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당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정치경력도 길지 않고 초선의원에 불과한 그가 대통령 측근이라는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 그같은 파문을 일으킬 수 있었다는 사실자체가 상당히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고 우리는 보고싶다. 그를 여당내의 막강한 실력자로 부상시킨 저간의 사정이 너무나 한국식이고 너무나 후진적인 것이 아니었나하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민자당과 정치하는 사람들은 충분한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거대여당의 내부적 문제점이 어디에 있으며 그 크기가 얼마만한 것인가가 밝혀졌다.
한 정당내에 여러 계파가 존재할 수 있다고는 하나 그러한 계파간의 대립이 당의 체신을 깎고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살 만큼 불건전한 것이 되어서는 안되리라고 믿는다.
계파는 있되 붕당적 존재로 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며 만약 「공작정치」가 존속하고 있다면 차제에 그같은 권위주의적 유물은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질서가 잡혀있지 않은 정당은 국민에게 안정된 정치를 선보일 수가 없고 국민이 믿고 지지하기도 어려울 줄로 안다.
우리는 이번 파동이 민자당이 겪는 처음이며 마지막 시련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러한 기대는 민자당의 겸허한 반성과 꾸준한 자제,화합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없이는 이루어지기 힘든 것이라고 믿는다. 집권당은 민심을 올바르게 읽는 법부터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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