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을 넘긴 서울 이태원 거리에서 일어난 시비가 확대돼 가고 있다. 주한미군 당국은 자정부터 새벽 다섯시까지 이태원 출입금지령을 내리는 한편,지난 8일 새벽 이태원에서 권총과 곤봉을 휘두른 미군 헌병의 행동은 정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지금까지 보도된 내용을 종합해 본다면 시비의 발단은 이태원의 유흥가에서 한국인 두 사람과 술취한 미군속이 모는 승용차 사이에 벌어진데서 시작됐다. 여기에 구경하던 한국인들과 미군 헌병이 끼어든 경위는 양쪽 주장에 차이가 있다.
미군 당국은 시비가 붙게 된 당초의 경위는 놔둔 채 미군 헌병의 정당성만 주장하고 나섰다. 또 주한미군의 「성조지」와 AP통신은 항의하던 한국인들을 「폭도」라고 표현되는 말로 보도했다.
얼핏 보기에 이런 종류의 시비는 유흥가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사건이 아닐까 짐작된다. 이날 거리에서 항의에 합세했던 한국인 구경꾼들의 감정이 어떤 것이었든,따라서 사건의 경위를 양쪽 관계당국이 정확하게 조사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미군 당국이 10일 우리 경찰이 실시할 예정이었던 합동현장검증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게다가 심야통금령을 내리고,일방적인 「해명」을 국내 언론기관에 배포하는 것은 바람직스런 일이 아니다.
우리는 심야의 유흥가에서 있을 수 있는 시비가 필요이상으로 확대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그것이 「반미감정」의 문제로 취급되고,미군 당국이 공동조사에 응하지 않는다면 엉뚱하게 시비가 확대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려한다.
사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8일 새벽 이태원에서만 있었다기보다는 상당히 많다. 치안당국의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미군인에 의해 저지러진 범죄는 7백27건에 이르고 있다. 교통사고등 과실범이 62%이고,폭력사범이 27% 가깝다. 그런데도 구속된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한국측이 재판권을 행사하는 일도 거의 없는 상태다.
사소한 시비나 범법행위는 어느 사회에나 있게 마련이다. 한ㆍ미 두 나라가 주한미군의 법적지위를 규정하는 행정협정을 맺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측이 행정협정의 불평등조항을 고쳐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도 협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큰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미군 당국은 사소한 말썽이 엉뚱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한ㆍ미 합동조사에 즉각 응해야 할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한ㆍ미 동맹관계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이고,또한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이다. 유흥가의 시비로 두 나라 국민감정에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지 않도록 지극히 실무적이고 냉정한 태도로 시비를 가릴 것을 촉구한다. 불씨는 아무리 작더라도 묻어두면 좋은 것이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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