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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권시대/1만원권 없으면 “불편”(일요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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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권시대/1만원권 없으면 “불편”(일요경제)

입력
1990.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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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원짜리로는 점심한끼 해결안돼/이대로면 10만원권 멀지않아은행원 한모씨(38)는 점심을 먹으러 갈때 1만원짜리 지폐가 지갑이나 호주머니에 있는지를 미리 챙긴다. 식사를 마치고 돈을 내면서 1천원짜리를 세고 있기가 낭패이기 때문이다.

웬만한 음식을 2인분 먹거나 혹은 거기에 맥주1병을 곁들이면 보통 6천∼8천원. 5천원짜리 지폐1장으로는 해결이 안되고 그 액수에 카드를 디밀기도 민망한 느낌이다. 그만한 돈을 치를 때 카드를 내거나 돈을 세고 있다가는 같이 간 사람들로부터 『어이,내가 내지 뭘그래』하는 얘기나 듣기 십상이다.

한씨는 불과 몇해전까지만 해도 5천원짜리 1장이면 2명은 물론이고 3명까지도 식사를 함께 할 수 있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와 동시에 또 조만간 1만원짜리 지폐로도 2명이 식사하기가 어려워지는게 아닌가 하고 언짢은 생각을 해본다.

동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요즘엔 1백원짜리 동전 1개로는 보통껌 1통사는 것을 제외하고는 살 수 있는게 거의 없다. 자동판매기에서 커피1잔이나 음료수 1잔을 꺼내 먹으려 할 경우에도 1개로는 안되고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에도 역시 1개로는 쓸모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몇해전 1백원짜리가 하던 역할을 이제는 5백원짜리 동전이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5백원짜리 하나면 커피나 음료수도 빼먹고 버스나 지하철 타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한씨는 최근의 물가불안기조속에서도 특히 생활인플레가 심각함을 1만원짜리나 5천원짜리,혹은 1백원짜리 화폐의 용도를 통해서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시중에 통용되고 있는 화폐중에서 얼마짜리 지폐나 동전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가를 보아도 이와같은 생활주변의 인플레를 그대로 알 수 있게 된다.

15년전인 75년만 해도 주종화폐는 1천원짜리와 5백원짜리 지폐였다.

당시의 화폐 발행 잔액은 5천6백8억1천8백만원. 이중에서 1천원짜리 지폐가 2천1백26억1천3백만원으로 금액상 전체의 37.9%를 차지했다.

또한 지금은 모습조차 찾아보기가 쉽지 않게 된 5백원짜리 지폐도 1천4백50억1백만원으로 전체의 25.9%나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1천원짜리와 5백원짜리 지폐가 차지하는 비중은 63.8%로 절반을 넘었다. 1천원짜리 1장,5백원짜리 1장이면 일상적인 소비활동인 밥한 그릇은 먹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80년이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1만원짜리의 발행액이 7천21억5천5백만원으로 5년전보다 6천억원이상이 늘어 전체 화폐발행액 2조3백85억2천만원의 34.4%를 차지했다. 비중으로 쳐도 5년전의 17.2%보다 꼭 2배가 늘어 가장 많아졌다.

반면에 1천원짜리의 비중은 33.5%로 5년전보다 4.4%포인트가 오히려 줄었으며 5백원짜리 지폐는 발행잔액 자체가 6백93억6천4백만원에 불과해 5년전 보다 절반 가까이 줄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로 뚝 떨어졌다.

또 5천원짜리 지폐는 발행잔액이 5천2백1억4백만원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5%였다. 5년전의 13.6%보다 2배 가까이 불어난 셈.

이에 따라 80년엔 금액기준으로 볼때 1만원짜리와 5천원짜리,1천원짜리 지폐가 비슷비슷한 세력을 갖고 정립돼있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발행지폐의 장수기준으로 보면 5천원짜리와 1천원짜리가 더욱 많이 통용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85년이 되면 1만원짜리 지폐가 주종 화폐로서의 자리를 확실히 굳히게 된다.

당시 1만원짜리 지폐의 발행잔액은 2조3천61억9천2백만원으로 전체 화폐발행 잔액 3조5천6백94억6천8백만원의 64.6%나 차지했다. 5년전에 비해 차지하는 비중이 또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1만원짜리 지폐의 비중은 75∼85년간 5년마다 2배씩 급증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5천원짜리 지폐는 발행잔액이 6천6백5억5천7백만원으로 전체의 18.5%를 차지했다.

1천원짜리는 발행잔액이 4천1백70억2천만원으로 5년전보다 3천억원 가까이 줄어 비중이 11.7%로 급격히 낮아졌다. 그러나 발행장수 면에서는 아직도 1천원짜리가 1만원짜리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89년이 되면 1만원짜리의 위세는 금액면에서나 장수면에서나 압도적이다.

1만원짜리의 발행잔액은 5조7천64억4천9백만원에 달해 전체 화폐발행잔액 6조7천9백36억6천7백만원의 84.0%였다.

나머지 지폐들의 비중은 극히 미미해져 5천원짜리가 4.4%,1천원짜리가 6.0%였다. 5백원짜리 지폐는 80년대 초부터 거의 사용되지 않아 0.2%였다.

발행장수 기준으로도 1만원짜리가 5억7천64만4천9백장이 발행된 반면 1천원짜리는 4억6백49만9천장이 발행돼 1억3천만장 가까이 1만원짜리 지폐가 더 많았다.

1만원짜리 지폐가 일상적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나머지 지폐들이 보조화폐로 전락한 셈이다.

화폐발행을 맡고 있는 한국은행은 돈을 찾으러 오는 시중은행들이 갈수록 1만원짜리만을 원하고 있어 골치를 앓고 있다.

5천원짜리,1천원짜리를 찾는 비중이 더욱 줄어들고 있고 1만원이상의 고액(예컨대 10만원짜리) 지폐에 대한 수요압력이 갈수록 가시화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고액권 선호는 당연히 시중은행 창구에서 고객들이 고액권을 원하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다.

인플레 추세에 따라 지폐수요가 갈수록 고액화하고 있는 것이다.

동전의 경우도 75년엔 1백원짜리의 비중이 전체주화 발행액의 60%,10원짜리는 26%였는데 80년엔 1백원짜리가 70%,10원짜리가 16.8%로 1백원짜리의 비중이 높아졌다.

85년엔 새로발행된 5백원짜리의 비중이 25%에 달한 반면 1백원짜리는 43%로 낮아졌고 10원짜리는 7.6%로 떨어졌다.

이같은 현상은 89년에 더욱 심해져 5백원짜리가 27%,1백원짜리가 39.1%,10원짜리가 5.7%를 각각 차지했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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