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흔히 「언론자유의 천국」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언론이 「무엇으로부터 자유스러유냐」는 것을 따져보면 미국언론상황을 천국같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국언론들이 권력이나 정부기관으로부터 누리는 자유는 거의 만점에 가까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언론의 필봉이 아무데서나 자유스럽다는 뜻은 아니다. ◆대 신문일수록 자기신문의 질관리는 엄격하다. 독자라는 커다란 감시자 앞에서는 오금을 못편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에 더엄격한 것은 소유주다. 기자들과의 개별적인 채용계약이란 것 자체가 때론 기자들의 자유스런 필봉을 꺾는다고 기자들은 말한다. 거대한 계열신문이 많은 미국언론의 배경을 알고보면 실망하게 된다. ◆미국언론은 권력에 대해서는 겁내지 않지만 독자와 시청자는 아주 무서워한다. 사생활을 해치거나 어쭙잖은 폭로기사를 게재했다가 해당독자에게 고소를 당해 패하면 신문사가 문을 닫거나 휘청한다. 그래서 민감한 기사를 쓸때는 상주하는 고문변호사가 기사를 제일 먼저 보고 법망에 걸릴지 여부를 판단한 후에 게재한다. 깨어있는 시민정신과 고발정신은 언론의 무책임을 용서하지 않는다. ◆6공에 들어와 한국언론은 정부나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는 엄청나게 신장됐다. 기자노조가 생겨나 편집권 독립요구 등으로 소유주로부터의 자유도 정말 커졌다. 그러나 대 독자와의 관계에서 언론이 지켜야할 책임은 어느만큼 성실하게 수행되고 향상된 것일까. 독재와 권위주의 통치밑에서 권력으로부터 몰수당했던 자유를 독자들에 대한 횡포에 가까운 무책임으로 보상받았던 지난 시절의 관행을 아직도 향유하는 것은 아닐는지. ◆어제는 제34회 신문의 날이었다. 신문주간 서두에 때맞춰 검찰이 발표한 「사이비기자 21명구속」 기사의 여운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언론자유가 그 어느때 보다 신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늘어나는 자유 이상으로 책임의식을 높이고 자율기능을 정착시키는 노력을 한층 더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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