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초 미국과 소련은 몰타정상회담에서 『냉전시대는 끝났다』는 사실을 확인했었다. 그로부터 약 반년뒤가 되는 오는 5월말 부시대통령과 고르바초프대통령이 워싱턴에서 두번째 정상회담을 갖기로 미ㆍ소 두나라 외무장관이 구체적인 절차에 합의를 봤다.몰타회담이 서로 상대방의 뜻을 떠보는 예비회담이었다면,두나라 외무장관의 실무접촉을 통해 무대가 마련되는 두번째 정상회담은 상당히 중요한 「실질적」 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련의 셰바르드나제외무장관에 의하면 5월30일에서 6월3일까지 열리는 이 회담에서는 『세계공동체의 이익에 기여하게 될 매우 중요한 문서들에 서명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동서유럽에서의 재래식 군비감축,동서의 경제협력 등에 상당히 구체적인 진전이 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돼 온 일이다. 무엇보다도 냉전시대를 주도해 온 두 초강대국은 어차피 불가피해진 독일통일 문제,그리고 동서의 두 군사동맹체의 장래 등에 합의를 볼 가능성도 낙관적으로 예상할 수 있다.
셰바르드나제가 말한 『매우 중요한 합의문서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지만,지금 꼽을 수 있는 이정도의 합의만으로도 세계역사는 본질적 전환을 하게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가장 큰 관심거리는 냉전시대의 대표적인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한반도문제」의 전망에 있다. 이번 두나라 외무장관회담에서도 미ㆍ소 두나라는 한반도문제에 꽤 구체적인 의견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군축문제가 논의됐다는 사실이다. 셰바르드나제가 주한미군의 핵무기를 문제삼은 데 대해 미국은 93년까지 7천명의 주한미군감축등 3단계 군축계획을 설명했을 것은 확실하다.
또한 「교차교류」의 테두리안에서 미국은 한ㆍ소 관계발전을 지지했고,소련은 남북한의 긴장완화를 위해 개입할 생각임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범위안에서 본다면 미ㆍ소 두나라는 한반도에서도 유럽에서와 같은 대결의 지양과 군비축소 그리고 교류의 촉진이라는 큰 원칙에 뜻을 같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유럽의 냉전체제붕괴가 동유럽공산체제의 붕괴결과임을 생각할 때, 이러한 원칙적 의견접근이 과연 어떤 성과를 가져올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한반도의 대결체제지양은 그 무엇보다도 북한사회의 본질적 변화없이는 불가능한 「구호」에 지나지않을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소련이 북한의 체제개혁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 있느냐에 있다.
한국과 소련의 「연내수교」 설에 대해 소련의 공식당국은 여전히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태도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않고있다. 또 북한도 침묵을 지키던 태도를 바꿔 서울모스크바관계의 발전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우리의「북방외교」가 결코 비관적인 것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성급하게 나설 일도 아니다. 더구나 그것을 정치적 장난감으로 삼아서는 안될 것이다.
한반도의 대결체제와해는 시대적 추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은 두 초강대국의 세계전략을 아예 뛰어넘는 것도 아니다. 변화과정에서 「내 목소리」를 지키도록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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