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역시 이변의 보고인 모양이다. 대구서갑과 충북진천ㆍ음성 두 보궐선거의 개표 결과는 한가한 관망을 결코 용인하지 않았다. 아무도 예상못한 진천ㆍ음성의 야당 압승이나 이기고도 웃지 못할 대구의 여당 신승은 선거의 묘미를 밤새 만끽할 수 있게 했다.이번 두 보궐선거가 여야간에 1대1의 무승부를 기록했다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대구에 쏟았던 여권의 전력투구는 최소한의 체면치레로 치부되기도 어려울 정도의 턱없는 결과로 판가름났다. 하물며 진천ㆍ음성의 대이변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3당합당으로 등장한 초대여당이 민심의 힘에 뒷덜미를 잡혔다는 평가에 아무도 이의를 달 수 없게 됐다.
정치권의 자기만족이나 합리화가 한창인 순간에도 민심의 이반은 항상 「진행형」일 수 있음을 이번 선거가 모두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선거가 갖는 힘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고 할 것이다. 선거가 주는 묘미도 이처럼 상존하는 이변성이 민의의 통쾌한 분출통로와 맞아 떨어질 때 더할 수 없이 짜릿한 것임을 이번 선거가 다시 알게 해주었다.
돌이켜보면 선거로부터 받았던 신선한 충격의 기억이 그리 오랜 것도 아니다.
13대 국회초반을 풍미했던 여소야대가 소리없던 국민의 소리를 폭발시켰던 선거묘미의 극치였는가 하면 5공하 신민당 바람을 일으켰던 2.12총선도 역사의 중요한 모멘트였음을 떠올리게 한다.
뒤집어 말하면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획정하는 울타리가 도덕성과 정당성이 취약할 경우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 하는 일반상식의 재확인이다.
이번 선거결과에 이처럼 감상적 느낌이 꼬리를 무는 것은 충격에 싸인 민자당이나,야당의 대표성에 할말이 없게 된 평민당은 물론,단독승리의 개가를 올린 민주당(가칭)을 포함한 모두가 민주주의의 가치체계속에서 자리하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기 때문인 것 같다. 선거고유의 의미는 타락과 부조리가 아무리 위협하더라도 부정되지 않은 채일 것이고,선거제도가 민주주의 꽃이라는 교과서를 강조하는 일이 결코 과장일 수 없다는,「선거예찬론」을 두 보선이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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