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거대여당에 대한 「엄한 채찍」(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거대여당에 대한 「엄한 채찍」(사설)

입력
1990.04.05 00:00
0 0

민주사회에서 국민의 뜻과 선택은 무섭고도 엄정하다. 이번 두 국회의원 보궐선거결과는 거대여당 출범후를 말없이 지켜봤던 국민들이 내린 심판이었다.진천ㆍ음성에서 약세로 여겨졌던 민주당(가칭)의 허탁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여당을 눌러 당선되고 말썽많던 대구서갑구에서 민자당의 문희갑후보가 신승한 것은 민의의 향방이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가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사실 이번 두 곳의 보궐선거는 처음부터 연초에 전격적으로 단행된 3당통합-거대여당에 대한 국민의 예비심판이란 의미에서 보궐선거 이상의 관심을 모았었다.

문후보가 힘겹게나마 당선되었지만 전체적 내용은 민자당의 패배로 봐야 할 것이며 이것은 인위적인 3당합당이 「당차원」에선 매듭되었는지 모르나 지지기반인 국민차원에선 전혀 이뤄지지 않았음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민자당의 패배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 합당이란 충격을 감내하며 조심스런 눈으로 주시해온 국민에게 합당이후의 거여의 모습은 특히 정치적 안정세력의 구축을 원하던 층에게 마저 실망과 회의를 갈수록 더해준 게 사실이다.

3당통합의 당위성을 유권자들에게 납득시키지 못한 것부터 시작해서 일련의 개혁정책수행과정에서 보인 위약,국민의사에 반하는 행동 등으로 우리 국민에게 씁쓸했던 「다수」에 대한 불안을 다시 불러일으켰었다.

선거전자체만 해도 무난히 압승ㆍ낙승할 것이라는 과신과 안이한 자세와 구태로 일관했고 자신들이 말한 신사고에 의한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데는 여기서도 실패했다. 진천지구 경우 현지의 분위기는 외면한 채 도지사란 경력만을 감안,무리하게 공천한 것도 그렇고 박찬종의원 폭행사건 등을 빚은 것은 이유야 어떻든 졸렬하기 짝이 없었다.

대구서갑구의 경우는 국민들에게 많은 불신과 의구심만 심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퇴권유를 하고 소속의원 40명을 동채-선거운동원으로 누비게 한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결국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거대여당에 대한 견제심리를 낳게 한 것이다.

이제라도 거대여당은 선거결과가 준 메시지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민심을 읽고 실천하는 자세를 보여야할 것이다. 계파를 떠나 위에서 아래까지 모두가 깊이 자성,3당통합때 다짐했던 안정 번영 통일로가는 새로운 생산적 정치와 자세를 보여주기 위해 다시 시작하기 바란다.

만일 이번 실패를 반성않고 흘려버릴 경우 앞으로 지방선거와 14대선거때는 더 큰 낭패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국민은 장차 민자당이 어떻게 각성,새롭게 자구노력을 할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

한편 민주당은 예상이상의 성과를 거둔 게 사실이다. 이것은 민주당자체의 노력도 있었지만 민자당에 대한 반발과 견제심리에서 큰덕을 보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승세를 장차 어떻게 살려나가느냐는 숙제가 될 것이다.

또한 제3자의 입장에 섰던 평민당의 모습을 보는 국민의 시각은 따뜻하지 않은 것 같다. 그들이 의원직총사퇴까지 주창하며 3당통합반대를 외쳐온 만큼 당연히 후보를 내 당의 입장을 널리 인식시켰어야 했다. 정통야당이라 하면서도 중요한 보궐선거에 대해 구경꾼으로 시종한 평민당의 태도는 바로 취약점이자 한계이며 앞으로 극복해나가야 할 과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