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의「온정」이 봇물처럼/달동네 이웃등 수십명이 정성/“상상못한 격려”…눈물글썽/서울시서도 보증금ㆍ취업 알선방세를 못내 산마루에 올라가 천막을 치고 살려했던 파출부 류문정씨(39)와 3남매(한국일보 4일자 19면보도)가 밀물같은 온정의 손길로 천막살이 이틀만인 4일 먼저 살던 사글세집으로 다시 내려왔다. 류씨가족을 산아래로 내려오도록 끌어준 힘은 이웃을 불행을 방관하지 않은 온정과 행정기관의 배려였다.
특히 류씨처럼 집세공포에 떠는 세입자이면서도 그래도 류씨보다는 자신이 낫다고 생각하는 서민들이 앞장서 류씨가족을 돕겠다고 나섰다.
4일 한국일보사에는 전세방에 살지만 더 어려운 류씨를 돕고싶다는 익명의 독자로부터 가난에 짓눌린 3남매가 가엾다는 대학생,도시빈민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자책감을 느낀다는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직업 연령 계층이 다양한 독지가들이 돕기에 나서 폭등하는 방값문제 해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했다
서울시는 이날 보증금 1백만원을 주며 먼저 살던 집주인의 양해를 얻어 류씨가족이 다시 입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생활보호대상자로 긴급책정,구호양곡 등을 지원키로 하는 한편 류씨를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는 공중변소관리인으로 취업시켰다. 또 관할 은평구청과 수색동은 류씨에게 밀린 월세 4개월분 28만원을 전달했다.
천막살이의 경험이 있는 수출알선업체 KKMS사 사장 김인오씨(45ㆍ서울 강동구 상일동 우성상일타운106동 302호)는 이날 하오 류씨가족을 찾아가 3남매의 교육비는 물론 원한다면 해외유학까지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독실한 기독교집안의 8남매중 장남인 김씨는 중고교시절 성북동 등에서 철거반에 쫓겨다니며 산동네 천막살이를 했던 경험담을 얘기하며 류씨가족을 격려했다.
지난해 10월 오른쪽 무릎의 피부암으로 한때 시한부인생을 선고받고 우측다리를 절단,의족을 끼고 있는 김씨는 병원입원기간에 알게된 셋방살이 가족의 방세를 마련해 주기도 했었다.
이날 상오 11시께는 30대 남자가 류씨를 찾아와『이사를 가더라도 계속 연락하자』며 10만원을 주었고 하오 2시께는 대위 1명이 부대장의 성금이라며 10만원을 전하기도 했다.
달동네의 7백만원짜리 방두칸 전세집에 산다는 ㈜대정실업 관리계장 신경배씨(51ㆍ서울 관악구 신림2동98의84)는 한국일보사에 찾아와 미술에 소질이 있는 류씨의 장녀(17ㆍM여고2)가 물감이라도 구입하라고 10만원을 기탁했다.
79년에 부인과 사별한 뒤 류씨와는 반대로 2남1녀의 어머니노릇까지 하고 있는 신씨는 『1백만원이라도 주고싶지만 전세값이 너무 올라 많이 내지를 못한다』고 말했다.
또 대학생 허호준군(23ㆍ서울 강동구 신천동 잠실 장미아파트12동107호)은 20만원을 기탁했다.
경기 안양시 공무원인 김모씨(37)는 『업무차 산동네에 갈 때마다 도시빈민문제가 가슴아팠다』고 말하고 「무능행정의 사죄금」이라며 20만원을 전했다.
㈜극동건설은 이날 각부서 직원들이 모은 20만원을 맡겼고 서울 서초구 반포동735 대양룸살롱 종업원 10여명은 모금함을 설치,팁의 일부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알려왔다.
이밖에 퍼시픽항공관리이사 성기주씨가 5만원,연희동 교인이 10만원,「영풍」이라는 독자가 30만원,익명의 독자가 3만원을 각각 한국일보 「함께사는 사회」 성금계좌(조흥은행 322∼4∼025173)를 통해 온라인 송금했다.
옷가게를 경영하는 오한규씨(36ㆍ서울 양천구 목4동)는 『가족과 함께 직접 찾아가 옷가지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각계의 온정에 류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3남매를 훌륭하게 키울 것을 다짐했다.
막내 최영일군(9ㆍ수색국교3)은 『다시 방안에서 잘 수 있게돼 기쁘다』며 『고마운 분들의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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