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일 국가보안법 7조1항(고무찬양)과 5항(이적표현물제작ㆍ반포등)에 대해 내린 한정합헌 결정은 지금 우리사회가 처한 모순된 딜레마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헌법재판소는 이날 『이 조항은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무해한 단순한 고무ㆍ찬양ㆍ동조행위를 처벌하는 경우를 제외,엄격히 제한해석한다면 합헌』이라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결정은 비록 합헌이라고 했으나 검찰ㆍ경찰의 국가보안법 적용을 남용하는데 제동을 건 것임이 분명하며 국가보안법의 위헌적 요소를 사실상 지적함으로써 동법의 개폐작업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의 위헌을 주장하는 신청인들은 『모든 법률은 국민이 처벌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도 명확해야하며 지나치게 포괄적이거나 애매ㆍ불명확한 처벌법규는 자의적인 행정권 행사에 의한 국민기본권 침해의 여지를 갖게하기 때문에 법치주의 이념과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합헌론을 주장한 법무부는 『형사처벌법규는 처벌해야할 천태만상의 구체적 불법행위 가운데 공통점을 추출해 일반화ㆍ유형화한 것이므로 일정한도 안에서 추상화ㆍ포괄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온게 사실이다.
헌법재판소가 이번 결정문에서 『문제의 조항은 지나치게 다의적이고 광범위한 용어사용으로 인해 국민의 양심ㆍ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거나 침해할 수 있고 당국의 선별적ㆍ자의적 집행이나 오용ㆍ남용에 의해 기본적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밝힌 점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은 국가안보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위험성이 명백한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으로 축소ㆍ제한해야 한다』고 못을 박고있다.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이같은 결정이 알기쉽게 말해 고심에 찬 어정쩡한 정치적 판단이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서화해와 북방정책의 대담한 추진으로 오늘날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의 개념이 북한과 조총련으로 축소해석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물론 헌법재판소가 우려한 대로 『이 조항이 완전무효화된다면 남북이 막강한 군사력으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국가적 불이익이 너무크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웃 일본에서도 1969년 7월 이른바 「나가누마(장소)나이키」소송에서 삿포로 지방재판소가 『헌법위반인 자위대 기지건설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삿포로 고등재판소가 헌법문제는 터치하지 않은채 역전판결했고 최고재판소가 이를 지지한 판례도 기억하고 있다. 기존 자위대의 존치등 국익을 외면하는 판단을 사법부가 함부로 내리지 못하는 사연인줄 안다.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상의 7조1항과 5항에 대한 제한적 합헌결정을 내린 배경은 우리 법률문화의 후진성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므로 국가보안법의 개폐는 더이상 미루어져서도 안되며 그 방향은 헌재결정의 정신에 따라야할 것이라고 입법부 여야양측에 아울러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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