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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의 「벤치객사」/술과 동고동락…끝내 알코올중독(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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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의 「벤치객사」/술과 동고동락…끝내 알코올중독(등대)

입력
1990.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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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하오4시20분께 서울 강서구 화곡5동 1003 제2주공아파트 관리사무소앞 공원벤치에 반듯이 누워 숨진채 발견된 김상이씨(49ㆍ서울강남구개포3동주공아파트704동)는 66년 S대불문과를 졸업,미국대학에서 당초의 전공과 달리 화학박사학위를 따고 돌아와 학생들을 가르치던 전직대학교수였다.마시다만듯한 2홉들이 소주반병을 옆에 남긴 김씨는 얼굴과 손등이 심하게 긁혔을뿐 특별한 외상이나 타살흔적은 없었다. 경찰조사결과 김씨의 사인은 놀랍게도 알코올중독에 의한 합병증이었다.

1일 김씨의 빈소가 마련된 화곡동 서안복음병원 영안실에서는 부인 송모씨(39)등 가족과 친지들이 초라하게 객사한 김씨의 생과 술을 눈물속에 곱씹고 있었다.

김씨는 대학을 졸업하던 해 도미,14년동안 유학과 연구생활을 하다 80년 존스대학에서 생화학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해서는 H대교수로 재직해 왔다.

학창시절에도 누구못지 않게 술을 좋아했던 김씨가 결정적으로 술의 노예가 되기 시작한 것은 귀국직전 박정희대통령의 측근이던 형이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숨진 뒤부터라고 가족들은 말한다.

귀국해서는 가세가 기울어진데다 오랜 미국생활로 국내교육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계속 술과 「동고동락」해오다시피 했다.

때문에 강의를 빼먹기도 했던 박사교수의 생활은 극도로 황폐화되어 결국 87년에 교수직을 사퇴하고 완전히 술곁에 눌러앉았다.

지난해 8월 남편의 가출로 본의아니게 별거해온 부인은 『입원도 시켜보았으나 그때마다 뛰쳐나와 가족들을 지치게 했었다. 남부럽지않던 남편이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외아들(13)을 안고 오열했다.

고교동창인 윤모씨(49ㆍ내과병원장)는 『가끔 찾아와 술에 잠식돼가는 자신의 고통을 토로해 왔다』며 『용돈이라도 충분히 주고 철저하게 치료해주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고 애석해 했다.

김씨를 죽음으로 몰라넣은 「사인」은 복합적인 것일테지만 직접사인이 술인것만은 분명한것 같다.

한 유망한 학자의 인생과 가정을 파탄시킨 알코올 중독은 사람탓인가 술탓인가.【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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