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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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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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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생활10년이 훨씬 지나서야 겨우 해외취재여행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남태평양군도취재를 가기위해 첫기착지인 당시의 도쿄국제공항인 하네다공항에 내렸을때 첫눈에 들어왔던 한 광경을 나는 오래도록 잊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소련국영 아에로플로트항공소속의 일류 신여객기의 모습이다.소련­. 우리와는 너무나 먼나라,6·25전쟁을 뒤에서 조종한 적성국가로만 알았고 어떤 의미에서는 북한보다 더 적의를 품어왔던 소련이란 나라의 여객기를 보는 순간,섬뜩하기까지 했었다. 그후 해외나들이 때마다 외국공항에서 자주 소련여객기를 보면서도 「하네다공항에서의 감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소 항공협정이 발효되면서 엊그제 김포공항에 첫 취항한 일류 신여객기의 모습을 보면서 15년전 「하네다공항의 감정」을 되살리며 나는 속으로 웃어야했다.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냉전과 대결의,시대가 가고 지난날의 「적과 동지」가 따로 없을이만큼 화해분위기로 돌아선 국제사회의 변모를 보면서 격세지감도 컸다. 거대한 나라 소련이 우리와 수교를 서두를 만큼 한국이 성장한 것에 더없는 자긍심을 느끼기도 했다.

대한항공여객기는 일류신기보다 이틀이나 앞선 지난28일 크렘린상공에 태극날개를 번쩍이며 모스크바공항에 착륙했다. KAL기가 시베리아영공을 통과함으로써 구주노선에서 얻을 수 있는 거리단축으로 인한 시간과 유류절약등 경제적 이득보다는 양국간의 정치와 외교관계수립을 앞당기는 지름길이 된다는 의미가 더욱 클 것이다.

한·소접촉의 상징과도 같은 양국기의 정식취항을 더없이 반기면서도 가슴밑바닥에 깔려있는 앙금같은 감정을 말끔히 씻어버릴 수가 없다. 그것은 소련측이 83년9월의 KAL007편격추사건에 대해 어찌하여 공식사과의 말한마디가 없느냐는 점 때문이다. 한·소국교수립때는 이점을 명확히 해줬으면 하는 것이 국민감정일 듯하기에 거듭 상기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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