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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소수교 「근접거리」 확인/노­고르바초프 「서면회담」에 담긴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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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소수교 「근접거리」 확인/노­고르바초프 「서면회담」에 담긴 뜻

입력
1990.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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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적으로 이례… 분위기 급전/「안정협조」는 통일등 중대 영향/정치교류ㆍ경협 우선 이해조화가 남은 과제로한소수교가 눈앞에 다가왔다. 당분간 요원한 것으로 여겨졌던 노태우대통령과 고르바초프소련대통령간에 비록 문서의 형식을 빌렸으나 의견교환이 있었고,공동 관심사에 대해 「합의」가 이뤄진 것은 양국이 수교직전의 최근접거리에 도달했음을 뜻한다고 할수 있다. 동아시아의 인접국가이면서 첨예한 이데올로기의 대립 국가였던 한국과 소련의 두정상이 수교도 하기전 공식적으로 서면회담을 가진것은 정치ㆍ외교적으로 대단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고르바초프대통령이 노대통령에게 전달한 문서회답 내용은 노대통령의 관계개선 의지에 전적으로 동감을 표시하고 한반도의 정치안정을 위해 소련이 협조하며,이지역의 정세안정이 지역국가들의 인민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요약돼 있어 우리가 그간 끈질기게 추진해온 북방정책의 결실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실감케하는 것이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이 제시한 「한반도의 정세안정을 위해 협조하겠다」는 내용은 비록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엄청난 정치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해석할수 있는 대목이다.

한반도의 정세안정은 남북으로 갈라서 군사적 대치의 긴장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시급한 소망사항의 하나이다.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민주화 진전 경제발전등도 따지고 보면 한반도 정세 안정이 가장 중요한 배경 요소라 해야 할 것이다. 민족적 과제인 통일도 결국 남북간의 긴장완화가 우선돼야 하며,또 그것의 필요ㆍ충분조건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이다.

한반도의 긴장완화는 남북한과 주변 강대국의 이해가 일치해야 가능하다는 것은 매우 상식적인 인식이다. 현재까지 미ㆍ일ㆍ중ㆍ소등 4강 중에서 우방인 미ㆍ일을 제외하고 북한은 물론 소ㆍ중 두강대국중 어느 한나라에서도 우리와의 「이해일치」의 공식절차를 밟은 적은 없었다.

따라서 고르바초프 소대통령이 문서회답을 통해 노대통령에게 밝힌 정세안정을 위한 협조 언급과 우리측의 관계 개선의지에 대한 전적인 공감표시는 남북한 긴장완화와 국내ㆍ외적정치안정,그리고 이어질수 있는 통일의 결정적 디딤돌이 될것으로 관측된다.

미수교국간의 정상이 얼굴을 맞대지 않더라도 공식적인 문서를 통해 의견교환을 가졌다는 사실은 외교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이수정청와대 대변인은 발표문을 통해 『한소양측은 모스크바에서 가진 회담에서 양국정상 사이의 첫 의견교환이 양국 관계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일로서 그 의의를 높이 평가했다』고 공식적으로 「양국정상의 의견교환」임을 밝혔다.

이대변인은 이어 배경 설명의 형식을 빌려 『양국 정상이 관계정상화 의향에 원칙적인 합의를 본것』이라고 밝히면서 노대통령과 고르바초프대통령간의 「원칙적 합의」라고 더욱 전향적인 어휘를 구사했다.

노대통령과 고르바초프대통령이 서면회담에서 이뤄낸 이같은 「원칙적 합의」는 한소관계가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단적으로 설명해 주는 가장 적절한 표현인 것이다.

정부의 북방정책은 이번의 노­고르바초프의 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견일치로 일단 가장 어려운 난관을 넘었다고 관측된다.

정부는 오는 5월께 정부 대표단을 모스크바에 파견해 양국간의 수교협상ㆍ경협문제등 공동 관심사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벌일 예정이다. 이 협의에서 양국간에 다소간 의견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단 노­고르바초프간에 「조속한 관계정상화」에 의견일치를 본 이상 양국의 공식 수교시기는 금년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늦어도 금년 12월 이내에는 수교의정서에 서명하는 절차가 예상되는 것이다.

여기서 관심의 초점이 되는 것은 노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과 고르바초프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의 예상시기일 것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여러가지 정황과 특히 노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보아 금년내에 모스크바에서 노­고르바초프간 정상회담이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한편 고르바초프대통령이 내년쯤 서울을 방문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양국 정상간에 조속한 관계정상화에 인식의 일치가 있었다 해서 서울­모스크바간에 기대와 희망만 부풀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게 정부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우리측은 그동안 모든 교류와 협력에 우선해서 정치적 교류를 희망해왔고 소련측은 경제협력 우선을 강력히 요청해왔다. 양쪽의 이해가 엇갈려 있는 셈이다.

이와관련,이대변인은 『소련은 관계정상화에 앞서 경제 협력과 경제관계 개선에 대해 기대가 많다』고 말하고 『우리가 너무 조급하면 외교 교섭상 불리해질 수도 있다』며 우리측의 한껏 부푼 대소기대 심리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노­고르바초프간에 이뤄진 문서회답으로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 한층 고양됐을 것이라는게 정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우리는 이제 극히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수교내지는 수교직전까지 가있다. 중국과는 관계 정상화가 소련보다는 늦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한소관계 개선의 속도와 함수관계에 있어 대중국관계도 당초보다 훨씬 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경제 선진국의 문턱에서 다시 정치ㆍ외교적으로 탈냉전대열에 동참할 문턱에 다다른 것이다. 분단국의 홀대를 면하게 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노­고르바초프간의 서면회담을 가능케한 김영삼최고위원ㆍ박철언정무1장관등 방소단의 활동은 김최고위원에게 상당한 정치적 이득을 취하게 했다고 볼수 있다.【이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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