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테크너크랫(관료)을 양성할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로이어(법률가)를 기를 것인가』. 이것은 오랫동안 미국의 법조계가 끊임없이 자문자답하면서 풀어온 난제였다. 국민의 인권,재산상 쟁점을 공정무사하게 심리하는 법관의 자질 문제가 그토록 중요하다는 반증일지 모른다.대법원이 29일 잠정 확정한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연구계획」도 따지고 보면 법관의 자질,현행 재판제도 때문에 쌓인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획기적인 노력의 일환이 아닌가 싶다. 정치가 민주화되고 사회가 산업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유독 우리 사법제도만은 해방 45년이 되도록 보수,수구의 울타리안에서 크게 탈피하지 못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법원의 이번 중장기적 계획은 다가오는 2000년대에 대비,현행사법제도의 골격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보자는 청사진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그 근간을 살펴보면 일제 때부터 정착된 대륙법계통의 법체계에 영미법의 정신을 접목한 것이어서 진일보하려는 참신한 느낌을 주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는 사법제도의 개혁이야말로 시행착오를 거듭해서는 안되겠기에 이번 개혁안을 중심으로 법원,검찰등 재조,재야법조계인 변호사협회,학계 그리고 국민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94년이라는 시한을 넘겨서라도 완벽하게 다듬어지기를 바란다.
우선 그 개혁원칙의 방향을 굳이 논평한다면 모든 국민은 신속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하겠다.
거기에 법원의 편의주의,변호사의 에고이즘이 개입되어서는 안된다. 아울러 법원의 판결,결정이 소송 당사자 일방의 무작정한 반발,지연 때문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사례가 있어서도 곤란하다.
첫째로 사회발전과 산업화 추세에 따라 행정,조세,특허,노동등 전문법원의 설치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종합법원의 일반판사보다 특수한 전문 지식을 가진 판사의 전문성이 제고되어 다원화된 독일법원제도의 수월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간이사건을 위한 순회재판소의 설치는 바람직한 것이지만 그에 따른 항소,상고심문제와 겹쳐 어느쪽이 신속한 사건종결을 이룰것인지,그리고 법관의 충원 문제등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셋째로 사법연수원 출신을 바로 판사직에 임명하지 않는 것은 사법관료화를 막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이것 또한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4심제 채택은 「5ㆍ16혁명」직후 지법단독 재판부의 판결을 고법상고부에 넘기게 한 것이나,「5ㆍ17사태」이후 마련된 대법원의 민사 사건 상고허가제가 원점으로 돌아간 경위를 다시 한번 숙고할 여지는 없을까. 끝으로 재판절차를 신속히 끝내기 위한 집중심의제도 도입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기여할지 모르나 법정의 시설,연거푼 기일지정등 난점이 없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는 모처럼의 사법제도 개혁이 대법원의 주도하에 재판의 신뢰성을 높이고 소송 당사자들의 불만을 해소시키는,문자 그대로 사법부의 백년지대계를 위한 방향으로 추진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세상만사,이상과 현실은 조화되어야 할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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