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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진정」시키는 시위진압(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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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진정」시키는 시위진압(사설)

입력
1990.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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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대학캠퍼스와 근로현장 등에서 일어난 각종시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시위양태도 과격성을 탈피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얼른 보기에도 대단히 바람직스러운 변화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위건수도 줄고 시위양태도 온건해졌는데 이를 저지키 위한 경찰의 최루탄 사용량은 오히려 늘었다니 의아스럽다.운동권학생과 근로자 등이 벌인 각종 시위건수와 양태 그리고 저지 경찰의 대응자세에서 나타난 극히 대조적인 변화의 조짐을 숫자로 보면 우리의 우려가 괜한 것이 아님이 극명해진다. 치안본부 집계을 보면 올들어 발생한 시위는 모두 5백70건에,참가인원이 10만3천8백93명이다.

이것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7백69건,28만1천6백41명보다 발생건수에서는 26%,참가인원은 63%가 각각 줄어든 것이다. 화염병시위도 89건에,1만7백48개의 화염병을 투척해 지난해 같은 기간 1백80회,4만9천18개 투척에 비해 51%가 줄었으며 투석ㆍ각목 사용ㆍ납치ㆍ감금ㆍ공공시설 습격 등 과격행위도 38∼85%씩 감소했다.

그러나 경찰의 최루탄 사용량은 1만7천1백61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가 증가했다. 운동권학생등 시위자들이 온건해지니까 그 역으로 저지경찰이 과격해졌다는 말인가. 혹 과잉진압만이 시위를 근절시키는 첩경쯤으로 당국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수치가 주는 의미는 도시 이해하기 어렵다.

경찰당국은 『폭력집회ㆍ시위에 강력 대처한다는 정부방침에 따라 시위발생초기에 최루탄을 다량으로 집중사용하기 때문』이라면서 『시위초기 진압이 시위자들과 저지경찰 등 쌍방의 피해도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하고 있는 모양같다. 하지만 경찰의 이러한 대시위 진압방법은 여러측면에서 적절한 대응방법이 아닌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시위와 화염병이 일상처럼 됐던 풍토가 바뀌고 모든 사람이 자기 주장이나 요구를 정당한 방법으로 표출시키는 분위기가 정착되는 날 우리 민주화가 완성된다면 여기에 이르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은 국민만이 아니다. 당국도 이것을 적절히 유도해야 한다. 시위의 진압 방법은 시위자들을 순간적으로 격앙시킬 수 있는 요소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시위상황에 따라 매우 신중히 결정돼야 할 일이다. 이한열군의 희생같은 불상사를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새삼스럽게 「무석무탄」이나 「무탄무석」과 같은 시위진압방법론을 놓고 더이상 시시비비를 논하고 싶지가 않다. 이제 억압당했던 주장과 욕구분출도 할만큼 했다. 과도기도 사라져가는 때이고 보면 운동권이든,재야든,근로자든 요구할 것이 있으면 「다중의 힘」이 아닌 조용한 목소리와 이성을 잃지 않는 행동으로 「의사표현」을 분명히 할 만큼 성숙해 졌으면 한다. 더불어 정부를 비롯한 해당기업이나 당국자들도 시위자들의 조용한 목소리를 폭력을 앞세운 과격 행동보다 더 무서워하고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마음가짐과 함께 다중이 언제고 의사표시를 할 통로를 열어 놓는 자세정립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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