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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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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학교수,종교인,변호사 등 지식인 61명이 지난날 한국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 「반성하고 국민의 이름으로 사과」하는 결의를 채택하라고 의회에 요구하고 나섰다. ◆심심치않게 교과서 사건이다,역사왜곡이다 해서 우리의 해묵은 감정을 돋우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이 몇몇 지식인들의 행동에 새삼 시선이 쏠리게 된다. 그만큼 우리는 아직 일본 식민지시절에 대한 앙금을 씻지 못하고 국교와 이웃과 통상이라는 형식의 「정상화」 속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런 일본과의 겉과 속의 관계에 대해 지금 50대 이하의 연령층에겐 실감이 안나는 얘기들이 많을 것이다. 6ㆍ25전란을 체험하지 않은 계층이 전국민의 85% 정도로 추산되니까 일제시대의 가혹함을 겪지 않은 세대는 그보다 더 많을 것이다. 일본이 우리에게 어떻게 했는지를 실감하지 못하고 그저 역사속의 사실만으로 기억할 사람들이 계속 늘테고 아마도 20년쯤 후에는 국민의 거의 전부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일본과의 이런 감정처리 문제는 그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1939년8월23일 독일과 소련은 비밀협약으로 독일의 폴란드침공과 소련의 발트해 3국 합병을 서로 양해했었다. 50년이 지나서 89년8월 폴란드는 그 협약의 무효를 선언하고 영토의 원상회복을 촉구했다. 우리는 일본과 영토상의 문제는 없으나 강제로 일본에 끌려간 교포,사할린에서 강제노동하고 아직도 거기에 있는 동포들의 문제,재일교포 3세들의 지위문제 등이 여전히 현실문제로 돼있다. ◆일본 지식인들이 과거반성론을 들고 나오던 27일,같은날 서울에선 태평양전쟁유족회가 일본에 의해 강제 징병ㆍ징용당해 희생된 2만2천여명에 대한 보상을 골자로 한 국제소송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문제엔 시효라는 게 있을 수 없다. 일본은 이제 어떤 형태로든 우리가 납득할 만한 대답을 해야 할 차례에 있다. 「국교관계」 옆에 아직도 문제들이 많음은 일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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