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백20선 붕괴… 2년이래 최악국면/기업,증자곤란 “자금순환 비상”/뭉칫돈 속속 이탈 부동산투기 계속 몰려/“아직 주식하나” 심리 팽배… 근본대책 시급증권시장이 최근 2년이래 최악의 국면을 맞고있다.
증권투자자들 사이의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종합주가지수 8백30선이 올들어 3개월동안 밀고 밀리는 공방전끝에 27일 무너진 데 이어 28일에는 8백20선도 연거푸 힘없이 무너졌다.
거래도 격감,하루평균 거래량은 7백만주 수준으로 연초의 2분의1,지난해초 활황기의 3분의1에도 못미치고 있어 과연 증시가 자생적으로 회생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생기고 있다.
특히 이같은 증시붕괴의 위기감이 「3ㆍ17 개각」과 이에따른 금융실명제 유보등 증시에는 둘도 없는 호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태에서 고조되고 있어 정말 파국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투자자들이 거리로 나와 주가하락에 항의하는 데모를 벌이는가 하면 바로 1년전까지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하던 증권업계는 불황에 허덕이고 있고 전세금이나 퇴직금으로 주식투자에 나섰던 소액투자자들(개미군단)이 줄어드는 원금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증시침체는 이제 증시내적인 문제로만 남아 있는 게 아니라 경제전반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미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기업들은 유상증자를 하려 해도 여의치 않게 됐다. 지난해 평균 한자리수에 머물던 상장기업들의 유상증자 실권율은 올들어 갑자기 두자리 수를 넘어서더니 3월에는 평균 30%선을 돌파했다.
기업이 유상증자를 실시해도 투자자들이 청약을 하지 않고 포기(실권) 자금조달을 할 수 없는 비율이 30%에 달하게 된 것이다.
주식의 유통시장이 장기침체를 보이자 발행시장마저 삐거덕거리며 전체증시가 마비조짐을 보이고 이에따라 기업들의 자금순환도 제대로 되지 않는 「연쇄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70년대말 증시파동을 몰고온 「투신사의 환매사태」는 아직 위험스런 수준은 아니지만 증시가 이대로 방치된다면 증시붕괴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우려들이다.
이같이 증시가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은 크게 두가지 요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지난해 말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부동산투기와 금융실명제 실시방침으로 증시에서 거대한 뭉칫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지난해 12ㆍ12 증시부양책으로 12월 한달동안 3개 투신사를 통해 증시에 부어졌던 2조8천억원을 포함,증권사의 특별담보대출등 총4조원이 12월과 1월 두달사이에 증시에 공급됐지만 이 돈은 모두 대주주ㆍ큰손들의 보유주식 처분에 이용돼 현금으로 바뀌어져 증시를 이탈했다.
실명제로 잔뜩 주눅이 들었던 큰손들이 부양책으로 정부의 무더기돈이 풀려나오자 재빨리 주식을 팔아치우고 현금을 챙겨,부동산으로 대거 탈출했다. 또 투기기회를 엿보면서 대기하기에 안성맞춤인 단자등 고수익금융상품으로 몰려들기도 했다.
덕분에 단자사의 CMA(어음관리계좌)는 올들어 27일 현재 잔고가 1조8천억원이나 늘어나며 7조6천억원대를 넘어서는 최대 호황을 맞고 있고 전국각지 토지ㆍ임야ㆍ상가ㆍ아파트 등 부동산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오르고 있다.
고객예탁금의 경우도 연초 1조9천억원에 달하던 게 28일 현재 1조4천억원으로 5천억원이나 줄어,증시자금 이탈이 얼마나 심각한 지 알 수 있다.
특히 「1ㆍ22 합당발표」와 「3ㆍ17 개각」을 전후로 증시가 호전될 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소폭 늘어났던 증시자금은 다시 급격히 줄고있는 반면 집값ㆍ땅값은 여전히 급등하고 있어 새로운 정치ㆍ경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주식은 더이상 안되고 부동산이 역시 최고」라는 돈많은 사람들의 신념이 다시한번 더 확고부동하게 다져졌다.
부동산투기와 함께 증시를 침체로 몰아넣은 두번째 요인은 정부의 그릇된 증권정책이다.
증권정책의 기본방향이 기업위주ㆍ공급위주ㆍ발행시장위주로 편중 집행돼 소액투자자와 수요측과 유통시장은 전혀 정책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당연한 결과로 증시의 수요기반은 완전히 허물어져 버렸다.
대책마련에도 정부는 정책실기를 연발,투자자의 불신감을 부채질하면서 증시침체의 골을 깊게 했다.
현재 증시의 당면한 최대 걸림돌인 8천5백억원에 달하는 미수금과 2조5천억원대의 신용융자등 3조3천억원을 넘어선 외상주식은 전적으로 「12ㆍ12」및 「3ㆍ2」 부양책의 부산물이다.
그릇된 정책으로 증시를 비틀거리게 하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부양책으로 내놓은 게 현금살포와 함께 위탁증거금률 인하,증권주신용거래허용 등인데 잘못을 고치기 위해 내놓은 이 대책들이 미수금과 신용만 늘려놓아 증시침체를 오히려 가속화시킨 것이다.
그릇된 정책은 5공말기서부터 시작됐다.
이제는 증시의 고칠 수 없는 고질병이 된 뻥튀기와 물타기등은 5공말기 때 이미 제도적으로 허용돼 기업들이 증시를 축재와 재테크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공개ㆍ증자물량은 88년부터 폭증하기 시작,86년 43억원에 불과하던 기업공개는 87년 2백43억원,88년 1천56억원,89년 3천5백50억원으로,유상증자로 그이상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공급물량 과다로 증시는 89년부터 침체에 들어섰고 그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더구나 여기에 물타기한 주식,대주주 매각용인 우선주등 부실주가 남발돼 증시는 이미 안에서 곪아터질 「씨앗」을 잉태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부동산투기나 실물경제침체라는 어쩔 수 없는 증시외적 요인에 정책과오라는 피할 수 있었던 인재가 겹쳐,증시를 파탄으로 몰아갔고 지금은 그 인재가 그대로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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