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4월2일자ㆍ본지특약】 노회한 정치가로 평가받고 있는 닉슨전 미국대통령은 「투쟁의 무대승리와 패배,그리고 부활」(본보 연재중)이란 제목의 회고록 출간에 맞춰 가진 타임지와의 회견에서 역사는 자신을 중국과 수교한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보다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대통령으로 기록할 것이라고 다소 체념어린 어조로 역사속의 자신의 위상을 전망했다.장문의 이 타임지 회견에서 우리의 주목을 끄는것은 자신의 측근및 전임ㆍ후임대통령,그리고 고르바초프에 대한 인물평이다. 다음은 타임지 회견중 회고록에서는 직설적으로 언급하지 못한 인물평부분만을 모아 간추린것이다.【편집자주】
◎확실한 「짧은 패스」만 해/역사는 나를 「워터게이트」위주 평가할듯/「고」는 개혁위해 생명거는 「위대한 도박사」
워터게이트 사건이 미래에 어떤 평가를 받게될 것으로 보는가.
▲클레어ㆍ부스ㆍ루스여사(타임지 창간자인 헨리ㆍ루스의 부인,하원의원과 이탈리아 주재 대사등을 역임)는 역사속의 인물들은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말한적이 있다. 루스여사가 이말을 한 때는 내가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직후였다. 그녀는 『역사는 당신을 중국을 방문한 미국의 대통령으로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역사가들은 「닉슨은 대통령직을 사임한 정치가」로 첫 문장을 시작하려 들 것이다. 평가는 이미 내려졌고 그것이 뒤바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역사가들은 냉정하게 워터게이트사건을 평가할 것이다.
회고록을 출간한 이유는.
▲패배와 좌절을 겪은 나머지 자신의 인생은 이제 끝났다고 낙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대통령직을 사임한다는 일은 보통사람들이 상상하기힘든 엄청난 사건이다. 내가 워터게이트 사건을 어떻게 극복해나갔는지와 또 이 사건의 충격으로부터 부분적으로 회복해온과정을 충실히 전달할 수 있다면 이 책은 좌절감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인생은 결코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해 사소한 몇가지를 질문하겠다.
▲워터게이트사건에 관한한 사소한 문제란 있을수 없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 이었던 알렉산더ㆍ헤이그의 미심쩍은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많은 사람들이 헤이그에 대해 지니고 있는 불신감을 결코 가져본 적이 없다. 헤이그는 부정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에서 철저한 행정가다. 철저한 행정가가 되지 않고는 군에서 그처럼 고위직에 오를 수 없다. 아이젠하워도 철저한 행정가였다.
헤이그가 이중적의미를 지닌 행동을 취했을 수는 없다. 하지만 긍극적의도는 항상 직책에 충실하는 것이며 대통령인 내게 충성하는 것이었다.
내가 대통령직에서 사임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을 그가 내렸을 때 그도 나와 마찬가지로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헤이그가 「깊은 목구멍」(Deep Throat:워터게이트 사건당시 백악관내 정보제공자를 지칭)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믿지않지만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이말은 모든것은 가능성이 있다라는 뜻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당신이 구상한 새로운 미국혁명은 좌초되었다. 대신 우리는 레이건의 개혁을 경험하게 되었다. 양자의 차이점은.
▲레이건과 나는 접근방법이 기본적으로 달랐다. 그는 행정부의 능력이 소진되었다고 믿었기때문에 몇몇영역에서 행정부가 할수도 있었던 일에 대해 자신감이 없었다. 레이건은 존슨의 「위대한 사회」정책이 실패한것을 보고 행정부가 하는일을 모두 실패할것이라고 보았다.
나는 「위대한 사회」정책이 실패하긴 했지만 본질적인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추었음을 인식했다. 나역시 해답을 구하고자 했다.
조지ㆍ부시현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진보적인 공화당원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는 대단히 지적이며 현실주의자이다.
부시는 충격적인 조치를 취하려드는 사람이 아니며 그것은 그가 독자적인 견해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말이 된다.
그것이 그가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재도 대통령직을 무난히 수행하고 있는 한 이유이다. 그는 미식축구선수인 조ㆍ몬태나와 같다. 짧고 확실한 패스만 하기 때문에 성공확률이 높은 것이다.
회고록집필을 끝마쳤을 때 소련에서는 대대적인 변화가 발생했다. 지난 몇주간 소련에서 벌어진 개혁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고르바초프가 트로이카처럼 3가지 성향을 함께 갖춘 인물이라고 본다. 우선 그는 내가 볼때 철저한 공산주의자다. 두번째로 그는 러시아 민족주의자다. 그는 자신의 국가를 사랑하는 애국자이며 그의 목표는 공산주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구해내는 것이다. 그의 또다른 측면은 그가 대단히 능란한 현실정치가라는 점이다. 현실정치가로서 그는 자신의 정치생명이 위협받을 때에는 공산주의의 기본적인 원칙을 포기하거나 심지어 민족적이익마저 희생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고르바초프는 또한 위대한 정치도박사이다.
그는 자신의 정치생명을 유지하기위해 개혁정책을 희생시키지 않고 오히려 개혁정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정치생명을 정치도박판에 던졌다.
나는 고르바초프를 흐루시초프와 비교하고 싶다. 흐루시초프는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인물이지만 그는 고르바초프보다 현명했고 또한 사태판단도 빨랐다. 그러나 흐루시초프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매사에 조급했던 것이다. 고르바초프는 조급하지는 않지만 불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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