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책 가시화 안돼 투자자 불안/작년말 이후 큰손들 4조원 매각/1조상당 외상주식 정리도 요인증권시장이 지난 88년 12월이래 1년 4개월여만에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주가가 계속 내리막 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거래마저 크게 줄어 증권업계가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고 있다.
「3ㆍ17」개각이후 증시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지던 실명제가 연기되거나 보완될게 확실시 되고 성장위주의 새 경제팀이 경기부양을 위해 발벗고 나선데다 소련과의 조기수교 가능성등 북방정책과 관련된 호재들이 잇달아 터져나오고 있는데도 증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정부의 연이은 증시 부양책으로 공개ㆍ증자등 공급물량이 줄어들고 기관투자가가 확대되는 동시에 주가가 1년여동안 떨어질만큼 떨어졌기 때문에 이제는 오를때가 됐다는 증권계의 지배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예상밖의 결과에 증시 전문가들 조차 최근의 증시를 이해하기 힘든 「괴물」로 묘사하면서 침체의 원인으로 크게 3가지 요소를 들고 있다.
첫째는 증시내적 원인으로 3월말 결산법인인 증권사들이 1조원에 달하는 외상주식(미수금과 미상환신용 융자)을 결산을 앞두고 대량 정리하고 있기 때문.
결산결과 외상주식이 많은 증권사는 정부로 부터 지점설치 제한등 제재를 받게되므로 사상최대 규모로 불어난 8천5백억원에 달하는 미수금과 2조5천억원의 신용융자액중 만기(5개월)가 지난 미상환융자금 1천5백억원등 1조원어치의 주식을 팔고 있다.
둘째는 실명제 보류를 포함한 새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데다 이미 발표했던 수요진작 대책등이 아직까지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는등 증시침체 탈출의 계기가 되리라 기대했던 정부정책에 대한 실망감으로 투자자들이 여전히 불안해 하는점.
그러나 무엇보다도 부동산 투기의 극성으로 시중자금이 증시로 유입되지 않고 오히려 증시에서 빠져나가고 있는게 증시침체의 근본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고객 예탁금은 연초 1조9천억원 대에서 24일 현재 1조4천억원으로 3개월 남짓 동안 5천억원이나 줄어들었고 89년 12월이후 큰손들이 4조원어치의 보유주식을 매각,증시를 이탈한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증권사 직원들은 많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주식을 팔아 새집을 마련하거나 땅을 사들이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증시 관계자들은 증시를 살릴 길은 부동산투기 단속으로 부동산에 몰린 돈이 증시로 환류되게 하고 기관투자가 확대등 증시내적 제도 개선으로 투자자들에게 미래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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