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전만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우리 외교에서 벌어지고 있다.동구 각국에 이어 아시아의 사회주의국가로서는 처음으로 몽고와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한편 소련과는 오는 9월전까지 현재의 영사관계를 수교 전단계인 대사급이 이끄는 상주대표부를 교환키로 의견을 모은 것등은 우리 외교가 우선 양적으로 급팽창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전세계가 대상인 이른바 전방위 외교시대를 앞당겨 실현케 된 셈이다. 이같은 여건의 변화는 다각적인 수용태세를 갖출 것을 우리 외교의 시급한 과제로 던져주고 있다.
이번 몽고나 체코 불가리아 등과는 외교적 준비단계없이 바로 대사급 수교를 이룩한 점도 그렇고 이번 수교가 차관제공등 경제적인 지원이나 거래없이 이들 국가의 요청으로 선뜻 이뤄진 점은 사실 우리 외교의 역량도 발휘됐지만 세계적인 대변혁 대화해에 힘입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말일 것이다. 루마니아의 수교대표단이 금명간 내한하는 것 외에도 동구의 고도인 알바니아와 아프리카의 대북한 단독수교국인 탄자니아 잠비아 짐바브웨 등도 대한수교의사를 비치고 있어 멀지않아 우리의 외교망은 북한과 쿠바만을 제외한 전세계로 이어지게 될 전망이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넓혀진 국제관계의 폭과 대상에 비해 우리나라의 외교적 수준과 역량,대응태세 등이 과연 어느정도인가는 다시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 외교는 오랫동안 체질적으로 반공 북한견제 미ㆍ일 등 우방과의 관계강화라는 편향된 외교를 실행해 온 게 사실이다.
물론 70년대이후 유엔서의 소모적인 남북한의 표대결지양,제3세계등 대중립국 외교추진 등으로 신축적인 외교자세를 보여왔으나 외무부의 기구와 운영등 여러 곳에서 아직까지도 지난날의 체질이 완전히 가셨다고는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데올로기에 의한 경계가 무너져 이제 불가피하게 사해 모든 나라와 교류해야 하는 시점에서 외교의 체질에서부터 외교관의 자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새롭게 달라져야 할 때가 왔다. 그렇지 못할 경우 한국외교는 이름만의 껍데기 외교로 전락할 게 분명하다.
먼저 외교관들의 자세를 일신할 필요가 있다. 종래와 같이 의전과 절차만 따지는 관료성을 과감히 벗고 주재국에 좀더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능럭과 자세를 갖춰야 한다. 때로 해외공관에 들렀다가 받게되는 경직된 관료성에 당혹해본 경험들은 적지않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 국익에만 도움이 된다면 A씨에 도움이 되고 B사에 이익이되는 것을 가리지 않고 뛰어주는 다른나라의 공관원들을 부러워했던 일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둘째 외무부의 기구를 전방위시대에 걸맞게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가용인력을 최대한 골고루 활용하고 각 지역 국가별로 전략팀운영과 자료확보는 물론 이것을 민간단체나 상사등도 이용토록 해야 한다.
다음은 전문성과 적극성이다. 그것은 언어를 비롯해 주재국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순환배치라는 현실적인 여건탓도 있겠지만 이런 전문성의 결여로 주재국에서 늘 한계있는 활동만으로 매일을 보내는 우리 외교관들은 지난날 흔히 있었다.
더구나 지금은 소련을 비롯한 동구라는 커다란 외교무대가 우리에게,그것도 갑자기 등장한 상황에서 긴급하고 혁신적인 대응은 매우 급한 과제이다. 이 과정에서 이를위한 예산의 뒷받침은 필수적일 것이다.
한국외교의 성패는 양적 팽창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질적 향상에 달려있음을 관계당국자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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