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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사퇴,수긍할 수 없는 과정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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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사퇴,수긍할 수 없는 과정들(사설)

입력
1990.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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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갑구의 정호용후보의 사퇴가 적지 않은 후유증을 몰고올 것 같은 조짐이다. 그의 사퇴가 비록 정치도의적으로 당연한 결정이었다고 하더라도 정씨를 사퇴시킨 저간의 과정과 방법에 대해 또다른 측면에서 큰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겠기 때문이다.표면상으로는 그 스스로의 결정으로 스스로가 사퇴하는 것처럼 되어 있으나,실제로는 그의 사퇴를 강요키 위해 온갖 방법이 다동원되었다는 사실쫌 국민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일이다. 노대통령까지 나서서 그의 출마사퇴를 강권했다는 소식이며 민자당은 민자당대로 현역의원을 선거운동원으로 등록,동별로 득표책임을 맡기는 과열선거의 지경에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공공연한 선거법 위반사태가 속출했으며 1개지역구의 선거를 전국적 관심거리로 부각시키기에 족할 만큼 여당의 선거대책이라는 것이 거창했다는 평도 받았다.

이러한 구태의연한 선거전양상을 보면서 우리의 선거풍토가 언제가 되어야 선진수준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인지 자탄과 자괴를 금치 못하였거니와 정씨 사퇴에 얽힌 께름칙한 경위마저 겹쳐서 아예 이번 선거에 환멸을 느끼게 만들기에 족하였다고 할 것이다.

대구 서갑구에서의 민자당후보의 당락여부가 비단 민자당의 체면에 뿐만 아니라 노대통령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한 것까지는 일단 수긍이 간다. 그러나 정씨에 대한 사퇴권고가 자칫 권력이 작용한 일종의 위압적조치로 일반이 오해할 소지가 없지도 않을 듯하여 뒷맛이 개운치 않다. 끝까지 사퇴를 거부하던 정후보의 단호한 결심이 왜 갑자기 변하게 되었는지 아직 소상한 내막이 밝혀지지 않아서 일단 논평은 삼가야 하겠으나 세상에 알려져서 떳떳한 뒷얘기는 될 수 없을 것 같은 인상을 먼저 갖게 된다.

야당측에서는 정씨의 사퇴가 관권개입에 의한 선거법 위반이라고 그의 무효화 투쟁을 벌일 뜻을 분명히 했다고 들리거니와 법적인 위반여부는 고사하고서라도 입후보자의 사퇴강요가 민주주의의 근본바탕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는 점엔 이론을 제기할 수 없을 줄로 안다. 사태가 이렇게 발전되기 전에 정씨 스스로가 정치도의에 입각한 결단력을 발휘,자퇴했어야 무난했을 일을 그렇게 하지 못한 데에 문제를 악화시킨 원인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겠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정후보를 사퇴시키는 데 이르기까지 여권이 취한 행동은 그나름대로 국민의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믿어진다. 또 정씨를 사퇴시키는 반대급부로 어떠한 조건이 제시되었으며 그같은 조건이 정치도의상 공정하고 온당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관심을 갖게 된다. 만약 사퇴의 조건으로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약속을 제시했다면 그것 자체가 공정선거에 위배되는 내용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정씨 사퇴가 몰고올 후유증을 현명하게 수습하고 대구서갑구의 선거가 공정ㆍ공명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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