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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들 반발 회견 미루기도/정호용후보 사퇴발표 회견장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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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들 반발 회견 미루기도/정호용후보 사퇴발표 회견장 표정

입력
1990.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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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싸우자” 고함ㆍ통곡도/정씨 침통… “오해 낳는다” 설득/민자,자극우려 입장 유보… 일부선 「노­정 면담내용」 관심○선거양상 새국면 돌입

지난 16일 후보등록을 「강행」한 이래 여권의 계속된 「사퇴권유」를 받아오던 정호용씨가 11일만인 26일 하오 늦게 결국 사퇴를 공식발표함으로써 「정호용 파문」을 스스로 일단락.

정씨의 이날 후보사퇴는 서울에서 노태우대통령을 만난 다음날인 25일 하오 사퇴의사를 비친 뒤 유세를 포기해 그동안 한껏 달아오르던 선거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며 이루어진 것.

이로써 정씨 지지표의 향방이 혼미해진 가운데 선거전의 양상은 완전히 새 국면으로 돌입했다.

이날 정씨의 사퇴회견은 「상오 연기­하오 지지자무마면담­다시 27일로 연기」등 하루종일 소란과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예정을 8시간 30분가량 넘긴뒤 가까스로 진행돼 격심한 내부반발과 갈등을 여실히 반영.

○…정씨는 예정시간보다 훨씬 늦은 이날 하오 4시5분께 수행원 1명과 함께 승용차 편으로 선거사무실에 도착,측근들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사복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자신의 집무실로 이동.

정씨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지지자 2∼3명과 악수를 나눈 뒤 핵심지지자 40여명이 아침부터 기다리고 있던 집무실로 들어갔는데 측근들은 보도진의 출입을 일체 통제.

집무실에서 지지자들은 정씨에게 『끝까지 싸웁시다.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라며 사퇴의사 철회를 요구했고 일부 여성지지자들은 통곡으로 읍소

정씨는 분위기 진정을 위해 『내 얘기를 들어 보라』고 했으나 『끝까지 투쟁해야 합니다』라는 고함소리에 파묻혀버려 분위기가 바짝 긴장.

○…당초 정씨는 지지자들의 반발을 의식,지난해 의원직 사퇴때처럼 회견대신 성명서로 후보사퇴를 밝히는 방법을 검토했었으나 그동안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고 피하는 듯한 인상을 줌으로써 사퇴의 명분이 희석될 것을 염려,다소의 잡음은 있더라도 회견형식을 취하기로 결정.

이날 핵심지지자들에 대한 설득은 이들의 울분토로와 고함때문에 30여분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다가 하오 4시40분께부터 간신히 분위기를 진정시키고 이때부터 조용한 가운데 30여분간 정씨 본인이 사퇴의 불가피성과 향후 거취를 토로.

한 지지자는 정씨의 설명이 시작되기 전 『설사 정씨가 14대의 공천을 받는다 해도 이번에 사퇴한다면 우리는 그때까지 당신을 지지할 수 없다』고 항간의 14대 공천약속을 겨냥해 쐐기를 박자 정씨는 한동안 고개를 떨구고 말을 시작하지 못했다.

○…정씨는 지지자들과의 얘기가 대충 끝난 하오 5시14분께 기자들과 만나 2분여에 걸쳐 입장을 설명했으나 지지자들의 강력한 만류때문에 다시 지지자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정씨는 장내가 정리되자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두손을 앞에 모은 채 시종 침통한 감정으로 간략하게 입장을 설명.

정씨는 보도진들을 일단 물리친 후 지지자들에 대한 설득을 계속했는데 정씨는 『이왕에 사퇴를 안할 거라면 입장표명을 내일로 미뤄도 상관없지만 사퇴할 것같으면 늦추는게 쓸데없는 오해만 낳는다』며 『이날중 사퇴를 공식화하는 데 도와달라」고 요청한후 간신히 사퇴를 공식선언하는 「사퇴의 변」을 읽은 후 기자들과 일문일답.

○정씨,직접 사퇴서 제출

○…정씨는 회견을 마치고 모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하오 7시40분께 회견을 가졌던 선거사무실 맞은편의 서구갑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자사퇴서를 정식 제출.

정씨는 수행원 3명과 함께 서구청 4층의 선관위사무실에 직접 나와 미리 작성해온 후보자사퇴서 신고서를 우의형선관위원장에게 제출했는데 우위원장은 『내일 선관위의 의결을 거쳐 사퇴신고서를 수리하겠다』고 처리방침을 설명.

○…민자당측은 정씨 지지세력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정씨의 후보사퇴에 대한 입장표명을 유보하는등 극히 자제하는 분위기.

문희갑후보는 이날 아침 평리동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후보의 사퇴소식은 어제 유세장에서 처음들었다』면서 『개인적으로 좋은 선배와 대결은 없으면했다』라는 말로 소감을 대신.

문후보는 이어 『정선배가 사퇴한다 하더라도 선거전략은 달라질것이 없다』면서 『지역개발과 낙후성 탈피를 주로 거론하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겠다』고 소개.

문후보는 『지금까지 선배와 정면대결한다는 불행한 상황을 피하기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왔다』면서 『정선배가 대국적 견지에서 결심을 한 만큼 최선을 다해 선거에서 압승하겠다』고 피력.

한편 민자측은 정씨 사퇴 이후의 선거전략을 집중숙의,2∼3일간 정씨의 기존조직을 추가흡수하는 데 진력한 뒤 지원활동을 벌였던 의원들은 「원대복귀」시킬 예정.

○…정씨가 26일 하오 후보사퇴를 공식표명했지만 「노­정 면담」에 대한 관심도 식지 않고 있다.

노태우대통령 부부가 24일 밤 정후보 부부를 불러 친구로서 두사람이 흉금을 털어놓고 피차의 생각과 「가슴에 맺힌 말」들을 교환하는 중에 상호이해의 선이 찾아졌을 것이라는 「상식적」 얘기가 있는가 하면 노대통령이 정후보가 거절키 어려운 모종의 카드를 제시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어쨌거나 노대통령=민자당과 정후보가 크게는 공동운명체가 될수밖에 없다는 현실성에 눈돌리지 않을 수 없었으리란 것이다.

이와관련,정후보측의 소식통은 『표면적 완강함과 달리 23일께부터 정후보의 내면적 동요가 감지되어 왔다』며 『정후보가 후보사퇴쪽으로 생각케 되는 주요계기엔 한 친지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14일 전후 사퇴 결심”

○…청와대측은 26일 하오 정씨가 공식으로 후보사퇴를 발표하자 당연한 귀결로 받아들이는 표정이다.

최창윤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하오 TV뉴스와 현지로부터의 보고를 통해 정씨의 사퇴사실을 전해듣고는 정씨의 사퇴가 노대통령과의 24일 면담 이후 나온 사실에 신경이 쓰이는 듯 「정씨가 다시 서울에 올라올때는 이미 결심이 섰던 것 아니겠느냐」며 사퇴가 노대통령의 권유만이 아님을 강조.

최수석은 『정씨의 사퇴가 오늘에야 이루어졌지만 지나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며칠 전부터 사실상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등 사퇴결심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정씨는 지난 14일 서울에 와 노대통령을 만났을 때 사실상 사퇴를 결심했으나 가족과 주변 때문에 그동안 고민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나름대로 경위를 풀이.

◎정호용씨 10분간 1문1답/“친구ㆍ이웃간의 반목심해 사퇴 결심/대통령 면담은 지지자 불이익 없게/사후보장 전혀 없고 정치 하기 싫어”

정호용씨는 이날 하오 4시께 선거사무실에 도착,1시간 30여분 동안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을 무마한 뒤 하오 5시35분께부터 10여분간 기자들과 공식회견을 갖고 후보사퇴를 공식선언.

정씨는 미리 준비한 「사퇴의 변」을 읽어내려갔는데 음성이 곳곳에서 떨리는 듯했으며 이를 지켜보던 20여명의 지지자들은 침통한 표정.

정씨는 「이번 보궐선거에 출마해 내가 존경하고 사랑해온 고향 사람들에게 큰 물의를 빚게 됐다」며 「지금까지 가장 친했던 친구끼리 의리가 상하고 이웃간에 반목이 심화됐다」고 술회.

정씨는 「이런 현실에서 선거가 더욱 과열되고 전국적인 상황으로 확대됨에따라 국정을 책임지신 대통령께도 크나큰 걱정을 끼쳐드리게 됐다」고 사퇴배경을 설명한 뒤 「이는 당초 나의 출마의사와 동떨어지는 결과인만큼 오늘 입후보를 사퇴하고자 한다」고 사퇴를 공식 언명.

정씨는 이어 「나의 사퇴로 화해가 이루어져 앞으로 서로 돕는 이웃이 돼주기 바라며 그동안 도와준 지지자,인간적 의리 때문에 탈당까지 했던 당직자들에게 엎드려 용서를 구한다」고 언급.

정씨는 「대통령을 만난 것은 지지자와 친구,후원자들의 신분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보장을 받기 위해서였다」며 「대통령께서 나의 이같은 요청에 기꺼이 약속해 주셨다」고 강조.

정씨는 이어 기자들과 간략한 일문일답을 가진 뒤 곧바로 행선지를 밝히지 않은 채 수행원 몇명만을 대동,사무실을 떠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앞으로의 거취는.

「조용히 살겠다」

­대구에서 살겠는가.

「거처를 정하진 않았다」

­대통령으로부터 14대 총선에서의 후보공천등 사퇴에 따른 사후보장을 받은 바 있는가.

『전혀 받지 않았다. 다만 나를 지지해주신 여러분들에게 신분상 불이익이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확고한 보장이 있었다』

­사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과 시기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선거가 과열되고 대구사회가 분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또 친구지간에 반목이 심화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과 지적이 있어 사퇴를 결심하게 됐다. 대통령과의 면담 이전에 사퇴결심을 굳혔었다』

­사퇴결심을 정계은퇴로 봐도 좋은가.

『현재 심경으로는 정치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이때 기자가 아닌 지지자 한명이 질문을 던졌다)

­차후 집권당 총재를 만날 생각이 있는가.

(정씨는 질문자를 한동안 쳐다보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만 했다)

­청와대를 포함,여권으로부터 압력을 받았나.

『그것은 권유일 뿐,압력이라고 할 수 없다. 다만 그동안 가슴이 아팠던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존경하는 군선배와 친구들로부터 사퇴권유를 받아왔다』【대구=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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