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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분열 막자”에 결심 굳힌 듯/사퇴표명 배경과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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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분열 막자”에 결심 굳힌 듯/사퇴표명 배경과 파장

입력
1990.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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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명예회복 구체방안 제시했을 가능성/정후보 자신도 원치않는 이상과열 양상에 흔들려/결과에 관계없이 도덕성등 정치권에 후유증 클 듯대구서구갑 보궐선거의 고비를 이룰 25일의 1차 합동유세에 정호용후보가 돌연 불참,사실상 후보사퇴 입장을 시사함으로써 이번 보선의 향방은 물론,사퇴시사 발언 전후배경,여권내 역학관계등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까지 여권의 집요한 사퇴설득에도 불구,불퇴전의 각오를 확인해왔던 정후보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대구현지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후보는 이날 아직 사퇴결심은 안했다면서도 『24일 밤 노태우대통령을 만나 사퇴종용을 받았다』고 밝히고 26일 아침 공식회견을 갖겠다고 말해 관측통들은 사퇴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후보등록 전날인 지난 15일께 노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한때 마음이 흔들렸다가 부인 김숙환여사의 자살기도 사건의 여파로 일전불사 의지를 되새겼던 정후보이고 보면 결국 노대통령의 「2차종용」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측통들은 여권이 당초 전력을 투구하면 보선승리를 장담하는 분위기였으나 이탈된 당 조직복원에도 불구,정후보 지지 여론이 식지 않고 이것이 여권의 정치 도덕성 시비로 비화되는 듯하자 「비상수단」을 강구치 않을 수 없었으리란 판단이다. 실제 현지에선 정후보의 뜻과 상관없이 이번 보선이 정후보와 여권핵심부간의 싸움으로까지 해석돼 왔으며 민자당이 믿던 여권 프리미엄의 효과도 기대키 어려운 형국이 전개돼 왔다.

또한 노대통령의 터밭임에도 대구지역에선 3당합당과 민자당 출범의 정당성에 대한 공감대가 넓게 퍼져있지 못한 실정이었으며 여기에 지역감정까지 겹친 양상들이 보선의 전장을 엉뚱한 방향으로 확대시켜 왔다.

때문에 지역사회의 분열은 물론 크게는 여권내의 갈등을 분명히 드러내 왔으며 열세만회를 위한 여권의 인적ㆍ물적 융단폭격양상은 민자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근원적 불신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여온 게 사실.

현지에선 이미 『선거결과에 관계없이 민자당이 패배한 것』이라는 소리가 공공연했고 여론의 비판적 눈총도 점증해 거대여당의 힘을 보여주려던 여권의 의도는 크게 빗나가고 있었던 게 현실이다.

때문에 여권은 선거공고일 직후부터 유력인사를 총동원,정후보에게 직ㆍ간접적 사퇴압력과 설득을 거듭해 왔으나 번번이 거절돼왔다.

이에 민자당은 대구 상공인등 유력인사의 「결의」 형태로 정후보를 설득하는 한편 정후보의 14대 총선 출마를 대구시민의 이름으로 보장한다는 궁여지책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서명파의원들을 동원하기도 했다.

또 정후보의 출마를 뒷받침해 왔던 부인 김숙환씨에 대한 설득도 병행돼 왔다.

이러자 여권은 급기야 TK세력의 대부격인 신현확 전총리를 비롯,정수창ㆍ김준성ㆍ정희택씨 등 원로급을 동원,23일 밤 정후보를 설득케했고 이것마저 여의치 않자 노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판단에는 보선이 6공의 신여권과 5공의 구여권의 분열을 가속시키는 양상을 드러내고 선거결과에 따라 민자당의 「위기」를 자초할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고민도 있었던 것 같다.

아울러 노대통령이 보선을 진두지휘하는 듯한 인상이 확산되자 『과거 두사람간의 관계로 볼 때 정리상 대통령이 처음부터 다소의 정치적 부담을 질 생각을 했어야 되는 게 아니냐』며 문희갑후보의 공천자체에 강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이같은 저간의 사정이 결국 노­정2자회동을 가져온 것으로 분석되며 이 자리에서 노대통령은 이번 보선이 정권적 차원의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후보의 대국적 양보를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후보 입장이나 지지자들을 생각할 때 이 요청을 쉽게 수락키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나 보선이 정후보가 원치않는 방향으로 과열돼가고 또한 어차피 여권과 한배를 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마음이 크게 흔들렸던 것 같다.

이날 회동에서 노대통령은 보선출마이외의 정후보 명예회복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을 것이란 관측인데 그것이 대사등 정부직 기용인지 14대 총선공천 보장인지는 확인되지않고 있다.

그러나 지지자들의 완강한 반발과 함께 정후보 본인의 또한번의 원점회귀에 따른 정치적 상처를 치유할 명분확보등 문제는 남아 있다.

정후보가 이날 사퇴를 공식화하지 않은 것도 노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입장과 본인사퇴 명분을 조화있게 도출해 내기 위한 시간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여권의 경우 일차적으로 정후보의 양보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에따른 득보다 실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민자당 출범후 첫 작품을 만들어 내려했던 여권은 무리한 보선 드라이브로 지역사회는 물론 국민들로부터 도덕성을 의심받게 됐으며 나아가 4당체제에서의 정치불안정을 내세운 합당명분이 심각하게 위협받았다는 측면도 있다. 다시말해 불필요하게 전장을 확대시키는등 첫 단추부터 잘못끼움으로써 정치안정을 명분으로 출범한 거대여당이 오히려 정치적 불안을 촉발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된셈이다.

또한 여권의 의사결정이 대통령 주변의 소수인물에 의해 재단된다는 약점과 여권 인사관리에 또한번 큰 구멍을 확인시켜줬다는 얘기도 있다.

정후보의 사퇴표명에 따라 대구보선의 판도는 급격한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결과에 관계없이 정치권에 대한 불신감과 함께 「패자뿐인 싸움」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대구=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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