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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는 크고 묘안은 없고… /이 부총리 갈수록 입 무거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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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는 크고 묘안은 없고… /이 부총리 갈수록 입 무거워져

입력
1990.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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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부양책 소진… 새 정책수립 어려워/실명제 후퇴 국민 설득시킬 논리 못찾아/경제현실과 재계주문 사이 고민○…이승윤 부총리가 요즘 눈에띄게 말수가 적어졌다. 「성장속의 형평추구」를 내걸며 당당하게 취임소감을 밝힌지 1주일만에 갑자기 사람이 변했다 싶을정도로 입이 무거워진 느낌이다.

이부총리는 지난 23일 『경제팀의 총수로서 난국타개에 전력하려면 지역구를 돌볼겨를이 없다』고 민자당 조직책을 스스로 반납하는 결의를 보였다.

그러나 이부총리는 개각이후 첫 국무회의에서 노태우 대통령으로부터 이달말까지 속시원한 난국타개 방안을 내놓으라는 지시를 받고 관계장관회의ㆍ당정협의등 분주한 일정을 보내면서 차츰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계는 개각직후 「환영일색」 논평을 내면서 뭔가 화끈한 시책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반영이나하듯 상공부가 종합대책에 포함 시키자며 실로 어마어마한 내용을 요청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알려진 상공부의 요구는 ▲여수신금리 2%포인트 인하 ▲원화를 달러당 7백20원까지 절하 ▲특별설비자금 2조원증액 ▲통화관리목표를 현행 15∼19%에서 17∼21%로 확대 ▲계열기업군 대기업도 무역금융 부활등이 포함됐다.

지난해 11월 조순경제팀이 금리1%포인트 인하등 경기부양책을 발표할 당시 민정당 정책위의장 이었던 이부총리는 『금리를 줄잡아 2∼3% 내려야 도움이된다』는 소신을 편것으로 알려진만큼 상공부와 재계의 이같은 기대도 무리는 아닌듯하다.

문제는 이부총리가 막상 경제팀장을 맡아 우리경제의 실상을 샅샅이 훑어보니 형편이 만만찮다는데 있다. 또 소신으로 밝힌 실명제 재검토방침을 둘러싸고 학계와 경실련을 비롯한 일부여론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이를 잠재울 설득논리 구성에도 묘안찾기가 여의치않아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최근의 기류와 관련,이부총리는 『종합대책을놓고 언론이 너무 앞서가는 통에 매우 곤혹스럽다』고 불편한 심기를 털어놓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금리ㆍ환율등 주요정책변수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이부총리의 고민을 읽을수 있다.

먼저 금리의경우 지난해말 현재 우리나라의 공금리(프라임레이트)는 연10%. 일본의 5.8%를 제외하고는 미국ㆍ대만(10.5%) 영국(15%) 캐나다(13.5%)보다 오히려 낮은 편이다.

금융기관의 경영수지상 대출금리만 내릴수 없는 형편인데 시장실세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 이상태에서 공금리인하는 대규모자금을 부동산으로 내몰아 투기를 부채질할 우려가 높은 것이다.

더구나 이미 통화증가율이 전년대비 25%를 웃돌았고 소비자 물가는 올들어서만도 이미 3%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금리를 손대기에는 물가상승 압력이 워낙 두려운 복병으로 잠복중인 셈이다.

환율도 사정은 비슷하다. 조순경제팀은 지난 연말 이후 「실세유동화」라는 애매한 표현을써가며 달러당 6백90원대까지 절하추세를 지속시켜왔다.

이달들어 시장평균 환율제를 실시,환율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시장에 개입할경우 그렇지않아도 「환율조작국」 혐의를 잡으려 혈안인 미국이 내달 우선협상대국(PFC) 지정을 앞두고 노골적인 압력을 퍼부을 공산이 커진다.

특히 일본 엔화가 최근 엄청나게 큰폭으로 절하되고있어 자동차등 일본과 경합되는 주요수출 상품의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므로 원화를 웬만큼 절하시켜봤자 수출부진 타개에 큰도움을 주기는 어려운 실정.

수출투자 촉진을 위한 정책자금 추가지원도 속사정은 마찬가지.

정부는 지난해 3차례의 선별지원책을 통해 올해 총설비투자 예상액의 43.6%인 8조8천억원을 지원할 계획인데 업계는 수출산업 설비금융등 다른 자금은 거의 내버려둔채 유독 금리가 8%로 싼 특별설비 자금증액에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공부 요구대로 특설자금 규모를 3조원으로 늘리려면 향후 10년간 총1조5천억원의 이차보전금(공금리와의 차액보전)을 국가예산으로 뒷받침 해야한다.

○…이부총리는 취임소감에서 경제의 분위기쇄신을 지적했다. 기업의 투자의욕,근로자의 근로열의를 살리고 가계는 과소비풍조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정책의 신뢰감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연초이후 총리를 비롯한 주요각료나 각급 공무원들이 전국을 돌며 『금융실명제등 형평확대를 위한 개혁조치를 예정대로 실시할테니 자기몫찾기는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제와서 어떤 논리로 실명제 연기내지 유보불가피를 국민들에게 설득할지가 궁금한것이다.

종합대책에 담아낼 정책수단은 크게 제한돼있고 실명제 후퇴를 설명할 논거도 명쾌히 가닥이 잡히지않는 현실. 이부총리의 초조함은 이두가지로 집약되는 것으로 보인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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