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퇴설득 계속… 윤필용씨등 내구설/“전씨가 지원” 흑색선전도… 갈수록 혼탁○…대구서갑구 보궐선거의 판도를 점치게 할 1차 합동유세에 대한 각 후보들의 신경이 곤두선 가운데 대구보선의 성격규정을 둘러싼 논쟁이 관심으로 등장하고 있다. 민자당이 전장을 확대,이번 선거를 3당통합의 정당성확인및 노태우대통령의 통치기반강화에 의미를 두는 반면,정호용후보진영은 본인과 대구의 명예 회복을 겨냥한 국지전으로 축소시켜왔던 것은 알려진 사실.
이에 더해 최근 문희갑후보측이 『온 겨레의 앞날이 바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며 『대립과 갈등의 어두웠던 과거는 청산돼야 하며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고 정후보를 겨냥하자 정후보가 공개적으로 이를 반박하고 나온 것. 또 22일밤 세번째 대구에 내려온 박준병민자당총장도 『이번 선거는 단지 보선차원을 넘어 대구라는 특수성과 후보들의 인물적 특성 때문에 남다른 의미가 부여될 수밖에 없다』며 여권의 총력전체제가 불가피함을 강조.
이어 정후보는 23일 택시기사들의 모임에 참석,『내가 당선되면 나라가 쪼개지는 것 처럼 얘기하고 있는데 한평생 나라를 생각지않고 살아온 적이 없다』며 지난해 의원직사퇴도 과거문제로 어지러운 나라를 생각해 「십자가」를 멘 것이라고 강조. 정의원은 이어 『민자당의 신임을 이곳서 묻겠다는 발상자체도 치졸한 것이지만 가령 민자당이 이번에 진다면 당을 해체하겠다는 거냐』며 『통치권기반 운운도 전혀 이치에 안맞는 주장』이라고 흥분하며 오로지 유권자의 선택만이 지선의 명령이라고 반박.
○…이와함께 최근 여권이 정후보사퇴 「권유」를 위해 연고있는 유력인사들을 대구로 보냈다는 설이 파다하며 윤필용씨와 C목사ㆍK목사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명되는 실정. 그러나 정씨측은 이것이 여권의 마타도어라고 일축하고 있는데 이와관련,정후보는 22일밤 어느때 보다 격앙되고 극한 표현으로 불퇴전의 각오를 다시금 천명.
정후보는 『목숨을 걸고 이 선거를 치러낼 것이며 나와 집사람의 단 2표 뿐이라도 끝까지 싸우겠다』며 『혹시 4ㆍ3선거 하루 전날쯤 내가 사퇴했다는 흑색선전이 나돌더라도 결코 속지말라』고 사전 쐐기. 정후보는 또 『나를 잡아가든 죽이든 할 수 있겠지만 사퇴는 없다. 내가 눈치보고 산 사람이냐』고 까지.
이에대해 박준병총장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당이 공식적으로 사퇴에 영향을 미칠 생각은 없으며 다만 정후보와 잘 아는 분들이 작금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안다』고 여운을 남긴뒤 『여러 상황으로 봐 시간이 지날수록 사퇴 가능성이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한숨. 반면 박총장은 세 판도와 관련,『문후보가 대구지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어려움이 있고 속단키 어려운 상황임도 사실』이라고 열세를 간접 시인한 뒤 『그러나 당의 부분적 조사결과에 의하면 정후보에 상당히 근접한 수준에 가 있는 것 같으며 1차 유세후 2차 유세때까지가 중요고비가 될 것으로 본다』고 희망을 피력.
○…박총장은 또 최근 소속의원 40명을 선거사무원으로 등록,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동책이라고 볼 것이 아니라 조직이 와해된 곳에서 시급히 조직을 복원하려다 보니 경험많은 사람을 투입한 것』이라고 설명.
민자당은 일찍부터 37개 투표구를 의원들이 하나씩 맡아 지원활동을 펴왔고 이것이 끊임없는 불법성 시비를 낳아왔다는 점을 들어 의원들이 선거사무원 자격증을 받는 게 오히려 떳떳하다는 표정이다. 대통령이 사실상 이번 선거전을 「진두 지휘」하겠다는 뜻을 보인 마당에 의원들로서 못할 게 뭐가 있겠느냐는 게 소속 의원들의 대체적인 반응.
실제 이들은 아침이면 어김없이 선거사무실에 모여 하루업무에 대한 「교육」을 받고 밤이면 다시모여 하루성과를 보고,새로운 지시를 하달받는 「성실한」 선거종사자의 일과를 보내고 있다. 때때로 자신을 뽑아준 선거구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곤혹스런 표정도 짓고 있으나 대통령의 통치기반을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라는 거창한 명분앞에서 딴 방도가 없지 않느냐는 표정.
그러나 『선거라면 이력이나 표가 움직이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고 과장법을 동원하던 한 의원이 『이상하게 이번 선거는 도대체 장님 코끼리만지는 듯한 기분이며 유권자들의 표정을 읽을수 없다』고 털어 놓는 데서도 보듯 이번 선거는 결과가 마지막까지 미지수 일 듯.
○…노대통령의 연두초도순시지역중 대구ㆍ경북만이 유일하게 남아 그 시점에 대한 관심이 고조. 민자당측은 『전혀 아는 바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정후보측은 선거막판인 3월말께 대통령의 대구나들이가 있을 것으로 보고 바짝 긴장. 이 가운데 최근 노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는 이원조의원이 대구에 상주하고 있는 것이 확인돼 눈길.
반면 현지엔 백담사측이 정후보를 지원하고 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돌아 흑색선전속에서 옥석을 가리려는 유권자의 판단은 갈수록 혼미. 따라서 소식통들은 신여권과 구여권간의 힘겨룸이 이번 보선을 통해 노골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
○…선거전이 가열됨에 따라 각종의 흑색 선전물도 범람하고 있는데 내용이 어느 후보진영에서 만들었는지 쉽게 가늠키 어려울 정도로 수법도 고도화.
예컨대 「유세장에서 답해 주십시오」라는 유인물의 경우 경북고 출신의 네후보들을 졸업순으로 거명해 가며 한결같이 각 후보들의 아픈 부분을 골라 질문해 출처분간을 힘들게 하고 있으며 「고스톱 패로 풀어본 보궐선거 점괘」라는 컬러 벽보는 「민심도사」 명의로 특정후보의 이미지를 화투패와 연관시키는 저속한 선전물의 표본.【대구=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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