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석달새 23% 하락… 1백42조엔 공중분해/정부 “진정필요” 개입안해 선의투자자만 피해동경의 증권ㆍ금융시장인 가부토 초(두정)가 심상치 않다.
뉴욕ㆍ런던과 더불어 세계 3대 증권ㆍ금융시장인 가부토 초가 금년들어 주가하락ㆍ엔가하락ㆍ채권하락 등 소위 「트리플」(Triple) 하락으로 금융공황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동경의 이같은 트리플 하락은 연쇄반응을 일으켜 뉴욕과 런던의 증권시장을 자극하고 있는데 특히 지금 가부토 초의 시세가 뉴욕의 월스트리트를 넘어 세계최대의 주식ㆍ금융시장이라는 점에서 그 영향은 심각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주가의 하락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연말 납회당시 동증(동경증권거래소) 제1부의 평균주가는 3만8천9백15엔이었다. 이것이 지난 22일엔 2만9천8백43엔으로 지난 연말 대비 23.3%나 떨어졌는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한다면 천문학적인 금액이 3개월도 채 못돼 날아간 셈이다. 즉 납회 당시 동증 제1부에 상장된 주식의 시가총액은 5백91조엔이었으나 지금은 4백49조엔으로 떨어져 1백42조엔이 그대로 공중분해 돼버린 것이다.
결국 이 금액만큼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았다는 셈인데 금년도 일본정부예산이 66조엔임을 감안한다면 투자자들의 손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하락폭의 낙차가 크다는 것인데 지난 87년 10월20일의 블랙 먼데이 (3천8백36엔 하락) 수준에 비견되는 낙차가 금년들어 벌써 6회나 되풀이돼 투자자들이 흔들리고 있다.
또 엔화도 1달러에 대한 환율이 금년초의 1백40엔대에서 1백55엔대로 급락했는데 지난 88년의 환율이 1백20엔대였음을 감안한다면 엔화의 엄청난 약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함께 채권도 약세로 돌아서 관계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트리플」의 하락이 자칫 금융공황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데 이의 원인과 처방에 대해서도 견해가 분분,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우선 주가의 경우 일본의 금리가 초저가를 유지,이에따라 주식붐을 타고 주가가 폭등한 것이 그 원인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일본의 공정금리는 지난 87년부터 89년 6월까지 연 2.5%였는데 이때 닛케이(일경) 주가지수는 1만6천1백63엔서 3만2천9백48엔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4차례에 걸친 금리인상으로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이번 파동에 결정타를 가한 것이 지난 20일의 제4차 금리인상이었다. 제4차 금리인상으로 일본의 공정금리는 5.25%로 인상됐는데 이는 불과 1년전에 비해 두배나 오른 꼴.
주가하락의 또하나의 요인은 엔화하락에 따른 시장의 불안이 투자자들에게 증시이탈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가와 엔화가 연동돼 상호보완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한쪽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다른 한쪽도 무너져 버리게 된 것.
관계전문가들은 엔화의 약세는 기본적으로 미국정부의 금융정책이 달러화의 강세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같은 방침이 계속되는 한 당분간 엔화의 약세는 어쩔수 없는 추세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달러화의 강세는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때까지 계속되리라는 것이 관계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처방에 대해 일본정부는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시장기능에 맡기겠다는 방침. 그것은 주가의 경우 일본의 주가가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에서 비롯된다. 현재 일본의 주가는 수익률이 50배로서,구미의 20배에 비해 두배 이상이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 시장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피해자는 결국 선의의 투자자들인 일반국민들로 귀착되는 셈인데 가부토 초에서 싹트기 시작한 일반국민들의 불안ㆍ불만이 지금 의회에서 큰 정치쟁점으로 부각돼 새로 출범한 가이후정권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가부토 초의 이같은 동요와 일본정부의 대응은 같은 속앓이를 앓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동경=정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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