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고국을 방문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재미교포 여윤길씨가 서울의 택시사정을 걱정하는 편지를 보내 주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지난 1월 저는 감개무량한 마음으로 김포공항에 내렸습니다. 그러나 그런 마음도 잠깐,공항에서 택시를 타자 실망하기 시작했습니다. 택시기사가 요금미터기를 꺾지않기에 일깨워 주었더니 그는 정상요금으로는 가지 않는다면서 호텔(로얄호텔)까지 1만원을 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날 호텔앞에서 택시를 타려니까 그 운전기사 역시 미터로는 안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2,3천원밖에 요금이 안나올 거리였으나 할 수 없이 1만원을 냈습니다. 다음날은 호텔택시를 탔는데 아예 미터로는 계산 안하겠다고 하여 같은 거리를 1만원을 주고 갔습니다. 또 한번은 밤늦은 시간에 이태원 볼링장에서 콜택시를 불러타고 호텔까지 왔는데 또 1만원을 내라고 했습니다.
이상한 것은 큰 호텔마다 빈 택시가 줄을 서 있는데 대부분 승차거부를 하였고,1만원을 내겠다고 하면 태워주었습니다. 또 호텔,술집 등 근처에는 자가용 영업차가 많았으며 자가용 영업차는 한술 더 떠서 1만5천원을 요구했습니다. 하루는 지방에 다녀와 서울역에서 택시를 기다리며 서 있었는데 자가용운전사가 다가와 자기차를 타라고 하기에 탔더니 잠실까지 태워다주고 1만5천원을 받았습니다.
물론 일반택시들은 미터대로 요금을 받고 있었지만 도대체 택시를 잡을 수가 없으니 시간이 없는 여행자로서는 일반택시를 이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올림픽을 치른 후 이제 서울이라면 세게에서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택시사정은 제가 이민을 떠나던 15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지지 않은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이렇게 차를 타기 힘든 도시에서 어떻게 외국인 관광객들을 맞고 있는지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미터기를 안쓰고 바가지요금을 받는 택시와 영업자가용 차들을 경찰은 왜 단속하지 않을까요. 서울이 외국인들에게 인상 나쁜 도시가 돼서는 안되겠다는 걱정에서 이 편지를 씁니다…>
15년 동안 서울의 택시사정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것 같다는 그의 얘기를 들으니 새삼 우리자신도 어이가 없어진다. 세계에서 서울처럼 택시잡기 힘든 도시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그런 상태가 이삼십년이나 게속되었고,앞으로도 나아질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어떤 나라에 가서 그 나라의 첫 인상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공항의 출입국 수속과 교통편이라고 할 수 있다. 택시든 버스든 우선 타기가 힘들고 거기다 바가지 요금까지 겪고나면 벌써 그 나라에 대한 점수는 공항에서 상당부분 깍이게 된다. 서울의 택시사정은 정말로 나아질 수가 없는 것일까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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