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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은 도시락 대신 매식용돈 줘/점심 안싸주는 엄마 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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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은 도시락 대신 매식용돈 줘/점심 안싸주는 엄마 늘고있다.

입력
1990.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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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 학급당 보통3∼4명이 즉석라면ㆍ배달경양식 식사/“불건전 소비 유도… 비행 원인” 지적국민학교 어린이들의 도시락에서 엄마의 정성이 사라져가고 있다. 도시락을 싸주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아 돈을 주고 점심을 사먹게 하거나 경양식집에 주문배달시키는 어머니들이 늘어나고 도시락을 챙겨주는 경우에도 엄마의 사랑이 담긴 음식보다 돈주고 산 인스턴트식품을 반찬으로 싸주는 일이 많다.

일선교사들은 학교급식이 정착되지 못한 상황에서 도시락을 갖고 오지 못하는 어린이들은 점심시간에 외토리가 되고 정서불안 소외감을 갖게 되며 도시락대신 받은 돈이 불건전한 소비와 비행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구의동 K국교에서는 22일 60여명의 학생이 창고나 다름없는 식당에서 뜨거운물을 붓고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3백원짜리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있었다. 2년째 식당을 운영중인 이갑순씨(44ㆍ여)는 『주부들이 움직이기 싫어하는 한겨울에는 라면을 먹는 학생들이 1백여명으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식당직원 2명은 점심시간이면 학생들에게 온수를 부어주느라 바쁘다. 썰렁한 식당에는 모라면회사에서 비치한 대형온수통 2대가 있었다.

엄마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우유를 마시고 등교했다는 5학년3반 김모군(12)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라면도 맛이 있다』며 『교실에서 빵을 먹는 아이도 3∼4명 된다』고 말했다.

인천 남구 숭의동 S국교의 4학년 담임 박모교사(30ㆍ여)는 학생 51명 중 7∼8명이 빵과 우유를 도시락 대신 갖고오며 3∼4명은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는 등 매일 10∼12명이 도시락없이 등교한다고 말했다. 박교사는 『도시락을 싸오는 학생들도 대부분 포장만 뜯고 그대로 썰어준 햄이나 소시지 등 인스턴트식품이 반찬』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K국교 6학년 담임 최모교사(27)도 『73명중 6∼7명이 도시락 없이 등교하고 3∼4명은 구멍가게에서 산 빵을 싸온다』고 말했다.

최교사는 특히 도시락을 싸오는 아이들도 도시락없는 학생들이 돈을 주고 사먹는 것을 부러워하며 모방하려고해 그 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오륜동의 S,O국교에서는 매일 10여명이 인근 패스트푸드 전문점인 W사가 배달해주는 점심도시락을 먹고 있다. 햄버거 감자튀김 오렌지쥬스 등 3가지로 된 2천5백원짜리 도시락은 먹기에 간편해 부러워 하는 어린이들이 많지만 엄마의 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일선교사들은 도시락없는 학생들의 성적이 처지고 성격이 충동적인 편이라고 말한다. 또 영양결핍과 사랑의 결핍을 함께 겪는 어린이들은 점심을 라면 등으로 때우고 남는 돈과 시간을 오락실에서 허비하기 일쑤이다.

그래서 라면이나 빵을 사먹지 못하도록 점심시간에 학교밖 출입을 통제하는 학교도 많다.

국민대 강영삼교수(51ㆍ교육학)는 『부모의 정성으로 성장해야 할 어린이들이 무성의하고 게으른 어머니로부터 무엇을 배우겠느냐』며 『가장 즐겁고 생기넘치는 점심시간에 외토리가 된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불안심리를 유발하게 되고 도시락대신 받은 돈은 그 불안심리를 극복하기 위해 나쁘게 쓰여지기 쉽다』고 말했다.【곽영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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