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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고르바초프회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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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고르바초프회담(사설)

입력
1990.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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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민자당최고위원이 22일 새벽 크렘린궁에서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과 극비회담을 가졌다는 것은 한ㆍ소관계의 발전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다줄 획기적인 사실로 간주된다. 김영삼­고르바초프 전격회담은 한ㆍ소 양국간에 국교가 없는 가운데 실현됐다는 점에서 극히 이례적인 일로서,그간 우리 북방외교의 중요한 항목이 되어왔던 한ㆍ소수교에 결정적 전조라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같다.따라서 이런 양국관계의 가시적변화,진전을 환영하면서 보다 무리없는 양국관계의 발전을 위해 우리는 다음의 몇가지 궁금증이 앞으로 계속될 양국간의 교섭에서 풀려야 하리라고 본다.

우리의 북방외교는 그간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와의 타이밍에 힘입어 괄목할 결과를 생산해낸 것은 사실이다. 잇단 동구권국가와의 수교가 그렇고 이제 북방외교의 종착지인 소련과 중국과의 수교라는 마지막 단계를 노크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모스크바와 서울에는 무역대표부와 영사처가 개설돼 있고 오는 4월부터 민항기가 서울과 모스크바를 날게끔 돼 있어 한ㆍ소간엔 「준외교 관계」가 수립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비공식이긴 하지만 소련은 그간 각종 연구기관을 통해 양국수교의 임박을 언급했고 지난달에는 소련외무부대변인 게라시모프가 국교관계를 수립하기 전이라도 양국의 외무장관회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시사하기까지에 이르렀었다.

그런 진전과정을 보면 이번 김영삼ㆍ고르바초프회담은 매우 자연스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궁금증은 역시 소련이 한ㆍ소관계를 공식화하면서 북한과의 관계,특히 동맹이라는 「기득권」을 어떤 형태로 유지해나갈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북방외교의 궁극이 교조주의로 일관해 있는 북한을 국제개방사회로 끌어내고 한반도의 긴장완화,끝내는 평화통일에 이를 수 있다는 데 큰 목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고르바초프에 앞서 김위원과 회담한 야코블레프 소련공산당국제담당정치국원은 『양국관계 개선에 못넘을 걸림돌은 없다』고 시원스레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ㆍ문화ㆍ과학 등 제반분야에서 교류가 확대되면 양이 질로 변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하고 어느 시점에 양을 질로 변화시키느냐는 양측이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는 매우 유연하면서도 의미깊은 말을 덧붙이고 있다.

우리측이 대소수교를 향한 「정치적 판단」은 이미 우리의 여러가지 행동에서 표현했다고 보아지고 따라서 두고 볼 것은 소련측의 「정치적 판단」이다. 그것은 「한ㆍ소수교」라는 단계에서 그 대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와 소련과의 지난날은 악몽의 연속이었다. 우리의 분단에서부터 6ㆍ25,그리고 가까이는 2백69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은 KAL기격추라는 참극에 이르기까지 불행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긴장완화와 더 큰 화해를 위해서라면 소련이 변하고 있듯이 우리도 변해야 한다.

또한 야코블레프정치국원은 김위원과의 회담에서 양국이 정치적관계 개선논의는 활발하지만 경제협력분야는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며 경제협력의 촉진을 촉구했다지만 그것을 굳이 대한접근의 유일한 동기만으로 해석할 필요도 없으리라고 본다.

다만 화해라는 대원칙이 존중되고 상호주의 원칙 밑에서 양국의 관계개선이 이룩되기를 기대하며 이번 회담이 이에 크게 기여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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