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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 조기수교 본격 신호탄/「김­고 전격회담」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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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 조기수교 본격 신호탄/「김­고 전격회담」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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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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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교 「만남」이례… 파트너 확인/“북한 더이상 걸림돌 안돼” 경제교류등 급진전 예고/통일ㆍ한반도정세 중대 전환점21일 하오(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진 고르바초프대통령과 김영삼민자당최고위원간의 전격 회담은 한소 양국간에 국교가 없는 상황 아래 이뤄졌다는 점에서 극히 이례적인 데다가 한소 양국간 연내수교의 전망을 확실히해 준 것으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비록 양측이 회담사실 자체를 발표치 않기로 하는 「비공식」 「비공개」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이번 김최고위원의 방소가 소련측의 공식적인 요청이었던 점,더구나 소련의 최고 실력자가 비수교국 집권당의 최고위원을 직접 면담했다는 점은 그간 전망되어온 한소 연내수교의 시기가 상당히 앞당겨지고 그 관계개선의 내용도 매우 구체적인 것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반도정세 변화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하나의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차대전 후 한반도가 미소 양대국의 대결적인 냉전이데올로기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해왔음을 감안한다면 이같은 변화는 한반도에서 냉전이데올로기의 원초적인 부담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우리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상황전환으로 볼 수 있다.

비록 한반도에서의 냉전이데올로기가 이미 소련이라는 공산주의의 종주국 때문만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현실적인 적대세력에 의해서 더 강화유지되는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같은 소련의 대한접근은 북의 고집스러운 냉전체제 고집을 밑둥에서부터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긴장완화,나아가 통일의 상황조정에 매우 급속한 진전을 예고한다고 할 수 있다.

이날 고르바초프와 김최고위원회담 내용에 대해 양측은 모두 함구하고 있으나 회담의 중심내용이 한소국교수립문제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으며 한소국교수립의 시기ㆍ여건조성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교수립 시기와 관련,양측은 각각 고려해야만 할 상황,즉 북한측의 반응이나 국교수립을 위한 분위기 조성용인 한소 경제협력문제등에 대해 정치적인 결단이란 돌파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최고위원이 고르바초프대통령과의 면담 몇시간 전에 고르바초프의 분신격인 야코블레프국제담당정치국원과의 회담내용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있어온 미국 일본 서독 등을 통한 간접대화채널을 정면으로 폐기한 첫 「직접ㆍ공개」 회담으로 평가될 수 있었던 이날 김영삼ㆍ야코블레프회담에서 야코블레프정치국원은 『한소간 수교에 관해 정치국내에 양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기본적으로 양국간에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은 없다』고 확인함으로써 한소 수교의 방침을 공식 표명했다.

그의 이같은 의지표명은 불과 수시간 후 그가 김최고위원의 고르바초프대통령과의 회담을 주선함으로써 결단을 신속히 가시화시켰다.

이같은 소련측의 즉각적인 반응은 이날 약 50여분간 진행됐던 김최고위원과 야코블레프간의 단독면담에서 김최고위원이 『노ㆍ고르바초프간 정상회담을 제의했다』고 공개한데서도 보듯 노대통령의 한소수교에 대한 열망과 수교에 필요한 여건조성의 조건들이 이날 친서형식으로 고르바초프에게 전해졌음을 충분히 뒷받침해주고 있다.

양국 수뇌부들간의 사실상 직접적 의사전달이 이루어짐으로써 한소간의 관계개선은 기정사실화됐으며 이번 김최고위원의 방소로 그 시기가 상당히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련측은 이번 김최고위원의 방소기간 중 자신들의 최대관심사인 양측의 경제협력문제에 대해 김최고위원과 동행한 경제인들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현재의 상황에 대해 납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따라서 경협문제는 장애물의 성격이 아니라 발전적 디딤돌의 성격으로 규정하기로 양해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소련측은 북한과의 관계와 관련,최소한 김최고위원이 소련을 떠난후 고르바초프와 김최고위원과의 비밀회담 사실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던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북한이 더 이상 소련의 대한접근에 결정적인 장애물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양측의 이같은 적극적인 자세전환이 얼마만한 속도와 내용을 갖고 진전될 것인지 속단하기 어려우나 야코블레프와의 회담과 예정에 없이 이루어진 소련과학아카데미 마초크원장,라비오로프과학기술담당부수상과의 회담에서 「한소경제인단 구성문제」와 「과학기술담당장관급의 교환회담및 양국학자간 학술교류」에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속도와 내용이 상당한 수준이 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하튼 이번 김최고위원의 고르바초프 전격회담은 한반도의 냉전상황을 강요해왔던 북쪽의 두마리 호랑이,즉 소련과 중국 중 그 한마리가 그 위협을 철회할 결심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한국의 대공산권 외교전선뿐만 아니라 철군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한미관계에도 상당한 여파가 밀어닥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모스크바=조명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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