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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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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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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21일)을 보내고 나니 초목의 푸르름이 하루가 다르게 짙어간다. 겨우내 황금색으로 말라 있어 스산해 보이던 잔디밭도 새싹이 터서 여릿한 연두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묵은 향나무는 새잎이 돋아나서 신선한 차림새가 눈부시다. ◆이맘때의 아침상엔 으례 한두가지의 봄나물이 올라 있게 마련이다. 토실토실한 씀바귀의 씁쓸한 뒷맛이 봄을 한아름 밥상위에 실어다 놓은 듯 여겨져 젓가락이 자주 가게 된다. 옛선비들도 씀바귀를 고채라 하여 혀끝에 퍼지는 쓴맛에서 봄의 기별을 알아차렸다. 씀바귀와 함께 저버릴 수 없는 봄나물은 달래다. ◆달래는 수줍은 처녀가 댕기머리를 길게 늘어 뜨린 듯한 생김새 자체가 귀엽거니와 골파보다 더 긴한 맛과 입안에서 씹히는 감촉은 봄의 미각을 한껏 높여주어 좋다. 그뿐인가. 원추리나 취나물의 향취도 나른한 춘곤을 물리치기에 족하다. 지금은 비닐하우스의 재배로 이같은 봄나물을 손쉽게 키우고,사먹을 수 있지만,옛날엔 시골 아낙네들이 양지바른 들녘에서 정성껏 캐모은 것으로 더욱 맛과 정취가 있었다. ◆뭐니뭐니해도 절식의 으뜸은 쑥국이다. 뜨물에 된장을 살짝 풀어서 끓인 쑥국은 구수한 된장냄새와 더불어 춘흥을 불러일으키기에 족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통음식의 재료인 이 된장에 항암효과가 있다는 부산대의 박건영교수팀의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박교수팀은 발암물질에 된장성분을 10% 투입했을 때 발암물질의 90%가 없어졌고,된장비율을 50%로 늘렸을 땐 발암성분이 거의 대부분 소멸됐다고 보고하고 있다.◆더욱 재미있는 것은 상업용 된장이나 일본된장보다 재래식 한국된장이 가장 항암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만일 이번 연구결과가 사실이라면 발암물질이라고 기피했던 탄 불고기나 생선도 마음껏 먹은 뒤에 된장찌개 몇수저만 먹으면 괜찮다는 얘기가 된다.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인스턴트식품에 의존하지 말고 전통음식인 된장을 집에서 열심히 담가 먹어야겠다. 선조들의 지혜에 새삼 머리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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