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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는 날아가고(장명수칼럼: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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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는 날아가고(장명수칼럼:1356)

입력
1990.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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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부총리가 이끄는 새경제팀은 금융실명제 전면보류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상 이번 개각은 경제팀을 바꿔 경제운용의 방향을 틀기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었으나,막상 실명제가 연기될 것이라고 하니 찬반론에 앞서 어이없는 기분에 빠지게 된다.지난 1년동안 청와대와 경제팀은 경제개혁을 소리높이 외치면서 특히 서민근로계층을 향해 분배ㆍ균형ㆍ복지의 풍선을 날려왔다. 『혁명을 막기위해 경제개혁을 해야한다』는 말은 그들이 한말이지 국민이 먼저 주장했던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후의 경제적상황은 전혀 예상치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갔고,오늘 국민들은 『금융실명제 등 개혁정책의 무리한 추진으로 기업의 투자의욕이 감소되고,부동산투기 등이 일어나 경제상황의 왜곡이 심화되고 있으므로 실명제를 보류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을 듣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서민의 가슴속에 부풀었던 꿈은 어떻게 되는걸까. 지금 상황은 그저 너무 빨랐던 꿈을 유보하는 단순한 상황이 아니고,찬란한 개혁의 구호들이 내집마련의 꿈을 산산이 부숴버리더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려한다는 심각한 상황이다.

경제를 잘모르는 많은 사람들은 정부를 향해 당연히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이다. 금융실명제는 오늘날 경제상황을 왜곡시킨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데,과연 사실인가. 실명제가 보류되면 경제왜곡이 풀릴것인가. 지금까지 온갖 부작용을 다 겪고나서 이제 원점으로 돌아가려는 것은 「혁명적개혁」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거나,마지막 인내가 부족한게 아닌가. 불과 1년전에 이같은 부작용을 짐작못한채 개혁만이 살길이라고 외쳤던 사람들은 왜 그랬는가….

더많은 질문을 던진다해도 이제 실명제보류는 기정사실이 돼가고 있다. 문제는 서민층의 배신감과 분노를 어떻게 달래고,어떻게 보상해줄 것인가에 달려있다. 서울에 살던 세입자가 집값ㆍ전세값 폭등을 못이겨 부천과 안양으로 이사가고,안양과 부천에 살던 세입자들은 다시 또 인근지역으로 옮겨가야하는 세입자대이동이 도대체 무엇때문에 무엇을 위해 일어난 사태인지 설명돼야 한다.

내집마련의 꿈도 날아가고,금융실명제도 날아가고,이삿짐 꾸릴일만 남은 오늘,그래도 서민들은 『우리를 위해 혁명적 경제개혁을 외치던 물러간 경제팀들이 고맙다』고 생각해야 할까.

개혁의 후퇴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새경제팀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개혁의 본뜻,국민앞에 정부가 했던 약속을 살려가려고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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