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사태 이후 안개 속에 가렸던 북경의 수수께끼가 중국의 의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막을 올리면서 무대 위에 떠올랐다. 수수께끼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힘으로 누른 중국의 지도부가 안팎으로 어떤 정책을 구상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20일 인민대표대회가 개막하던 날 이붕총리의 연설은 그동안 중국의움직임을 종합해서 볼 때 충분히 예상되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치와 경제를 엄격히 구분해서 공산통치원칙과 개방원칙의 「쌍두마차」로 이끌어가겠다는 것이 된다.
이붕총리는 이날 『사회주의만이 살길』이라는 꽤 강력한 표현으로 공산통치체제원칙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것은 지난 겨울 등소평 강택민을 비롯한 당지도부가 고르바초프의 개혁노선을 「수정주의」로 몰아붙인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중국이 『이미 열어 놓은 개방의 문을 닫을 수는 없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이것은 지난 2년 동안의 긴축정책을 풀겠다는 경제정책과도 맞물려 경제적 개방정책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중국은 안팎으로 어떤 사태변화가 있더라도 이미 국제시장에 줄을 대놓은 경제를 그 옛날로 되돌릴 수 없는 상태에 있다. 90년은 중국이 처음으로 큰 몫을 빚갚기에 풀어야 되는 해가 된다. 본전과 이자를 합쳐서 중국이 올해에 갚아야 될 몫은 약 70억달러가 된다.
따라서 중국의 외교정책도 정경분리원칙을 상당히 기술적으로 적용시키는 선에 따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한반도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은 한국과의 사이에 이미 적다고 할 수 없는 경제교류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직ㆍ간접교역액은 왕복을 합쳐 31억4천1백만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은 이 무역에서 3억달러 가까운 2억9천5백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결국 중국의 대외정책은 동유럽의 개혁운동을 의식하는 정치적 보수주의 원칙과 경제적 개방원칙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는 선을 벗지 못할 것이다. 천안문사태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이중에서 「개방」쪽이 우세한 듯한 인상을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동유럽공산권의 와해라는 급격한 국제환경변화와 함께 중국은 보다 정치적 교조주의 노선쪽에 기우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붕총리는 여전히 김일성의 통일정책 지지를 내세우고 있고,북한과의 관계강화를 강조했다.
우리가 이붕총리의 이러한 교조주의적 노선 표명에 실망한다면,그것은 86년 아시안 게임과 88년 올림픽 이후 급진전됐던 두 나라 관계에 기대가 컸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한국은 우선 소련과 마찬가지로 중국과도 영사관계를 맺고,가까운 시일 안에 국교관계 수립을 원하고 있다. 이붕총리가 북한의 통일노선을 지지하면서도 『한반도의 긴장해소 노력』을 주장했다는 사실이 과연 의미있는 태도의 변화를 암시하는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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