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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독일의 길/동독총선 우파 압승과 통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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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독일의 길/동독총선 우파 압승과 통독:2

입력
1990.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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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대담/“서독서는 점진적 통독 선호”/콜도 12월 총선땐 “점진” 선회 가능/「게르만 민족주의」 양상엔 주변국 견제 더 할듯/남북한,독일식 경제교류 바람직우파연합세력의 압승이란 동독총선결과는 독일통일을 성큼 앞당기는 절차상의 첫단계여서 분단국인 우리에게는 물론 전세계각국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있다.

독일문제전문가인 서병철 교수(외교안보연구원ㆍ정박) 박응격 교수(한양대ㆍ행정학)의 대담을 통해 선거결과를 토대로 향후 독일통일전망과 세계정세의 변화 등을 분석해 본다.

­우선 이번 선거의 의의와 결과에 나타난 현상 및 특징을 분석해 주시죠.

▲서병철 교수=올해 잇달아 치러질 동구권국가들의 다당제 자유총선의 첫 테이프를 끊은 동독에서 2차대전 후 들어선 현실사회주의체제에 대한 국민적혐오감이 지난해 여름 폴란드에 이어 재확인됐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또 공산프롤레타리아독재와 중앙계획통제방식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여망을 반영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동독총선의 큰 특징은 통일문제입니다. 막바지까지 예측을 불허하던 총선에서 기민당(CDU)이 주도하는 독일연합의 압승으로 끝난 것은 서독기본법 23조에 입각한 급속한 통일정강이 30%의 부동표를 끌어들인 결과입니다.

▲박응격 교수=거기에 부연한다면 서독의 대리선거전 양상입니다. 도합 6차례의 선거지원유세를 한 헬무트ㆍ콜 서독총리의 「승리」라고 평가될 정도로 서독의 금전ㆍ물량공세가 주효했다고 봅니다. 또한 지도층의 노쇠로 조직적 선거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사민당(SDP)이 초반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막판 뒤집기당한 것을 두고 서독언론들은 「콜의 행운」이라고 분석합니다.

어쨌든 점진적 통합이라는 합리적사고의 중도좌파가 패배하고 급진통일론의 우파가 승리했다는 것은 유럽전체의 질서에 우선해 독일민족의 「아래로 부터의 민주적 결정」의 대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같은 「민족자결원칙에 의한 통일의지」가 주변국의 간섭을 견제하는 구실을 할 것입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독일통일의 전망은.

▲서=이론적으로는 동독의 5개주가 기본법 23조에 따라 서독연방에 가입함으로써 당장 통일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거대독일출현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와 동ㆍ서독간의 내부적 장애요인 등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 놓여있습니다.

우선 2차대전 패전국으로서 미ㆍ영ㆍ불ㆍ소 4개전승국에 대한 법적책임입니다. 최근에 2+4회담에 의한 통일실마리를 잡아나가고 있지만 소련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중립화 통일」안이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결과로 소련이 「중립화안」에서 후퇴할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이는 화해분위기에 따라 군사블록이 점차 정치적 역할로 이전되는 시점에서 비대한 중립독일보다 어느 한쪽에 가담,강력한 통제하에 두는 것이 유럽전체질서안정이라는 측면에서 현명한 판단이라는 것이죠. 이러한 점에서 겐셔 서독외무장관의 「나토잔류ㆍ양조약군주둔」 제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서독에 달려있다 하겠습니다. 같은날 실시된 서독 바이에른주 선거에선 사민당이 승리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서독에서는 사민당의 단계적 통일안이 오히려 선호되고 있는 경향입니다. 동독인들이 40여년만의 자유총선에서 「감성적 선택」을 한 반면,서독인들은 냉철한 「이성적 판단」을 한 셈이죠.

이러한 맥락에서 오는 12월2일 총선을 앞둔 콜총리가 지금까지의 급진적태도를 유보한채 점진적 통일방안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큽니다.

▲박=동독정권수립후 최초의 다당제 자유총선이었지만 동독인으로서는 30년대 히틀러 등장 이후 사실상 60년만에 치러진 민주선거이기 때문에 서박사의 지적처럼 「서독의 풍요」에 대한 기대감 등 감성이 앞섰다는데 동감입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급진통일방식은 서독이라는 건실기업이 부실기업인 동독을 인수하는 셈입니다. 동서독간의 균형발전을 이루려면 향후 10년간 9천마르크(5천4백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동독에 대한 매년 1천억마르크의 투자는 곧 서독인의 고액세금부담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경제적단계의 통일외에 사회ㆍ정치적 통일은 이미 달성했다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사회적 측면에서 본다면 분단 40년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독교 문화권과 언어적 동질성을 유지했으며 과거의 지방분권화 연방체제의 경험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결국 통일은 될 것이지만 이번 선거 결과에 의해 분출된 독일의 「민족자결주의적 통일의지」에 대한 미ㆍ소 등 주변국들의 견제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문제가 있습니다. 콜 총리는 이번 선거를 과거사에 대한 「원인무효화」로 간주,오데르­나이세 국경문제 등에 강력한 민족적색채를 내세울 우려도 있지만 주변국과 사민당 등 대내외적 압력에 직면할 것입니다. 개인적 견해로는 통일독일이 포츠담체제의 테두리안에서 점진적 단계를 거치는 것이 바림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통일독일의 모습을 그려보면.

▲서=통독후 형성될 강력한 중부유럽권의 부상입니다. 미ㆍ소의 영향력이 약화된 가운데 경제력을 바탕으로한 거대독일이 구심점이되어 새로운 국제질서가 조성될 것입니다.

그러나 주변국의 피해의식을 되살릴 과거와 같은 배타적 민족주의적인 중부유럽권은 현재로서는 전망하기 어렵습니다. 독일의 선도로 92년의 유럽공동체(EC)통합에 동구국가들의 참여도 활발해질 것이며,헬싱키선언에 의한 안보협력회의(CSCE)의 내실화를 통해 유럽의 공동번영이 적극 추진될 것입니다.

단지 오데르­나이세선과 소련강점지역의 소수민족문제는 독일을 비롯한 주변국의 분쟁을 유발할 소지를 안고 있습니다.

▲박=이데올로기의 대립이 퇴색한 지금 통일된 독일의 경제적 영향력이 동구권의 군사적 맹주였던 소련의 영향력과 대치될 수 있을 것입니다. 소련의 개혁정책을 초반부터 지지하고 적극지원해온 서독(통독)과의 임무교대를 소련으로서도 오히려 바람직스럽게 생각할 것입니다.

­이번 동독선거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겠습니까.

▲서=동독은 공산국중에서도 가장 바탕이 건전한 모범국가의 예로 인식돼왔습니다. 이러한 동독의 체제탈바꿈은 다른 교조적사회주의국가,특히 북한에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또 전후 강요된 분단으로 인한 독일문제가 평화적 방식에 의해 해결된다는 점에서 한반도통일에 대해서도 강대국간에 긍정적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겠습니다.

▲박=우선 서독의 무한한 경제력과 국민의 안정복지를 이룩한 민주적발전과 사회일체감 등이 오늘의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무엇보다도 서독정부가 70년대 초반 브란트의 동방정책 이후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정책의 흔들림없이 동독에 동반자적인 경제ㆍ군사적 신뢰감을 이식해준 결과입니다.

냉전기의 극심한 체제경쟁속에서도 서독의 대동독지원이 경쟁자를 살찌웠다기보다는 상대방의 체제를 강화유지시켜 서로가 공생을 찾을 수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도 남북한경제교류협력을 통한 민족공생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주력했으면 합니다.【기록=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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