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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에 대하여(장명수칼럼: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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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에 대하여(장명수칼럼:1354)

입력
1990.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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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사는 교민들로부터 금년들어 여러통의 편지를 받았다. 내용은 지난 1월 서독의 제3TV(WDR3)가 한국인들이 잔인하게 개를 타살하여 보신탕을 만들어 먹는 장면을 방영하고,신문 「빌트 자이퉁」이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크게 보도함으로써 한국인들을 「야만인」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얘기이다. 특히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개잡아먹는 한국사람 물러가라』고 배척을 받는 일이 많아서 학교가기를 겁내는 현상이 한동안 지속되었다고 한다.개고기를 맛있게 하기 위해 개를 나무에 매달고 산채로 때려 죽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사실 한국사람인 우리들도 대부분 잘모르고 있다. 멀쩡한 직장에서 단체야유회를 가면서 살아 있는 개를 데리고 가서 보신탕을 해먹고 온다는 끔찍한 얘기를 간혹 듣긴하지만 우리는 어느정도 개들의 수난에 대해 무감각한 상태였다.

그런데 개를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로 생각하고,인간보다 개를 더 사랑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사회에서 「맛있게 먹기위해」 개를 때려죽이는 장면을 40분이상 다큐멘터리로 방영했다니 그 충격이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우리라도 그런장면을 TV로 보았다면 엄청난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올림픽을 치른 나라에서 어떻게 그런 야만스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한국인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독일인들의 전화와 투서가 빗발쳤다는 것을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어떤 민족이 무엇을 먹고 무엇은 먹지않는가. 또 어떤 방법으로 식품을 더 맛있게 만드는 가는 그 민족의 오랜풍습에 달려있다. 또 그런 풍습이 전해 내려오게 된데는 배경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남의 풍습을 무턱대고 이질문화의 자로 재는 것은 잘못이고,그런 평가에 무조건 흔들릴 이유도 없다.

그러나 개를 먹는다는 것,잔인한 방법으로 죽인다는 것은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큰 혐오감을 일으키고 있다. 개고기를 먹는 오랜 풍습까지는 어쩔 수 없다해도 공개적인 도살행위는 마땅히 금지시켜야 한다.

특히 나쁜것은 살아있는 개를 안고가서 보신탕을 만들어 먹는 잔인한 야유회를 천렵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문명국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임은 명백하다.

얼마전 당국은 개의 도축을 위생적으로 처리하여 유통을 공식화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외국인들이 우리를 야만인으로 볼테니 개고기는 숨어서 먹어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또 현실적으로 개고기를 즐겨먹는 인구가 많은 만큼 위생적인 처리와 유통방법을 찾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에서도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개를 먹지말자는 운동을 시작할때가 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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