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독재 탄압 극복 정치 지도자로 첫 만남/체코ㆍ파ㆍ헝가리 경제연합 결성 구체 논의체코대통령 바츨라프ㆍ하벨과 폴란드 자유노조지도자 레흐ㆍ바웬사가 17일 체코 프라하에서 동구권 대변혁이후 최초로 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동은 양지도자들이 과거 공산체제하에서의 온갖 고난을 이기고 동구민주화를 주도하는 정치지도자로서 변신한이후 첫 만남이다.
이런 상징적의미이외에도 보다 중요한 점은 눈앞에 다가온 독일통일과 92년 EC(유럽공동체)통합등 유럽 질서가 개편되는 상황에서 체코ㆍ폴란드ㆍ헝가리등 사회주의 중부유럽3국이 경제적연합의 가능성을 타진해보려는 의도가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할수있다.
하벨대통령은 이미 폴란드와 헝가리측에 무역동맹을 제의한바 있으며 지난1일에는 기존 동서블록을 제거하고 현존 유럽국경을 준수하는 평화협약을 체결,새로운 유럽 질서구도하의 「헬싱키지대」창설을 주창했었다.
하벨의 이같은 구상들은 그동안 동구권 경제의 구심점이 돼왔던 코메콘 (공산권 경제상호원조회의)이 사실상 해체단계에 이르렀고,올상반기중 대충 끝나게 돼있는 동구 각국의 자유총선으로 공산당 정권이 정치적으로 붕괴될것이 확실한 시점에서 막강한 통일 독일과 EC의 경제블록화에 맞선 자구책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범유럽 질서개편이전에 소규모 경제 블록으로서 동독을 제외한 동구권국가의 핵심인 체코ㆍ폴란드ㆍ헝가리가 「중부유럽연합」을 1단계로 구성한 뒤 EC 및 EFTA(유럽자유무역연합)와의 점진적 협력을 통해 유럽의 새질서를 형성하자는 뜻이다.
이들 중부유럽 3국은 역사적으로도 과거 18세기부터 1차대전까지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왕가에 통합된 적이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농업과 경공업이 발달했고 국경선을 서로 맞대고 있는 등 유사점이 많다.
소련군이 철수하고 있는 체코와 헝가리는 이미 소련과의 대등관계를 선언한바 있고 궁극적으로 중립화까지 지향하고 있으며 1인당 GNP역시 3천5백∼4천5백달러수준이다.
통일독일과 영토문제로 소련군 철수를 주장하지 않고 있는 폴란드 역시 국제적으로 국경존중 보장만 이뤄지면 소련군의 철수요구가 나올것이며 상대적으로 열세인 경제수준(1인당GNP 1천5백달러)으로 볼 때 독일보다는 경제종속위험이 덜한 체코ㆍ헝가리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또 「중부유럽연합」의 일원이 될 헝가리는 오스트리아ㆍ이탈리아ㆍ유고등과 지난해말 지역연합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어 EC(이탈리아)및 EFTA(오스트리아)와의 교류 역시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이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될 경우 유럽은 자크ㆍ들로르 EC집행위원장의 표현대로 EC,EFTA,중유럽(구동구권)등 3개의 동심원으로 블록화될 전망이다.
이번 양국지도자의 회담에서 비록 바웬사가 정부를 대표하지 않더라도 자유노조주도의 내각에서 그의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이같은 「중부유럽연합」구상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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