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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사항」/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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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사항」/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0.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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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젊은이들의 노래란 그 나름의 멋이 있다. 도무지 어울리지않는 중늙은이 세대에게도 때로는 그 멋이 가슴에와닿는 모양이다. 아이들이 합창을 해대는걸 보고 그 어머니가 나이도 잊은채 어느새 물이 들어 「청바지가 잘어울리는 여자…」하고 흥얼거리는게 참으로 가관이다. 가장마저 「그게 무슨노래냐」며 슬쩍 끼어들면 새삼 유행의 위력과 마력을 실감하게 되는것이다.「희망사항」이라는 엉뚱한 제목의 노래가 이처럼 꽤 유행을 타고있다고 한다. 「청바지」운운이나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나오는 여자」「머리에 무스를 바르지않아도 윤기가 흐르는 여자」「껌을 씹어도 소리가 안나는 여자」등의 가사는 그저 배고픔을 모르는 오늘의 건강한 젊은 세대들의 일상적인 유머를 노랫말로 옮긴 것들이다. 하지만 「내 고요한 눈빛을 보면서 시력을 맞추는 여자」「웃을때 목젖이 보이는 여자」등의 가사는 아닌게 아니라 산뜻한 멋이 느껴지기도 하는 내용이다.

경쾌한 리듬에 맞춰 그 가사를 읊조리는 젊은이들의 발랄함이 봄볕을 대하듯 흐믓하다가도 저 세상모르는 청맹과니들의 앞날도 어느덧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된다. 저들의 진짜 희망사항은 과연 무엇일까. 그 희망사항의 실현을 보증할 우리 기성세대의 또다른 희망사항은 없어도 되는 것일까에 생각이 미치면 불현듯 마음이 무거워지는 오늘이다.

3당통합의 거대여당 출범후인데도 처음맞은 임시국회는 국방위에서의 「손바닥의 사봉」두드리기와 지자제선거법연기 「담합」,1백96개법안중 15건처리의 게으름등으로 드러났듯 파행ㆍ변칙ㆍ구태가 여전했다고 한다.

뭔가 달라진걸 보일때가 됐는데 모두가 비민주적인 「전투적 열병」에 계속 사로잡혀 합리적 타결보다 힘으로만 밀어붙이려했다. 또 과거엔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는 구실로 거대여당을 만들고서도 파당끼리의 「소아전 마찰」에 몰두한다는 소리마저 듣고있는 것이다.

이바람에 녹아나는 것은 민생인것 같다. 근착외지의 표현을 빌리자면 바야흐로 모든 사람들이 언짢아하고있는 시점이다. 모든 계층에 영향을 미치는 민생치안불안ㆍ물가상승ㆍ수출역조사태의 등장등을 일단 제껴둔다해도 저마다 뾰로통해 있다는 것이다. 부자들은 실명제와 토지공개념제시행에 잔뜩 화가 나있고,중산층은 주식시장에서 봉노릇만 해온꼴이 되어 골이 나 있고,저소득층은 여전한 가난과 치솟는 집세에 절망하고 있다는 표현이다.

그런가하면 새여당출범과 함께 재벌들이 또 진군을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경제위기의 해결책으로 재벌지원의 성장드라이브 정책으로 돌아갈 조짐이라는 것이다. 민자당출범후의 첫 대규모 개각에서 새경제각료로 과거 성장정책에 앞장섰던구인사들이 또 거명되는게 정말 우연이었으면 좋겠다는 소리도 나온다.

결국 힘을 갖출수록 더 겸손하고 모든계층에 창의와 성의를 지체없이 다하는 정부야말로 국민들의 희망사항이 아닐까 싶다. 그 노랫말의 여자처럼 국민들의 눈빛을 보면서 시력을 맞추는 정부,웃을때 목젖이 보이듯 숨김이 없는 정직한 정부를 누군들 좋아하지 않을수가 없는 이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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