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의 부모라던 임금님처럼 김일성은 「어버이 수령」이요,「대를 이어」라는 구호가 김일성〓김정일 세습을 정당화하고 있다. 또 태평양전쟁때 일본 군국주의자들은 『귀축미영』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미국ㆍ영국을 귀신이나 짐승이라 불렀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북쪽땅에서는 남으로부터 제국주의자 놈들이 쳐들어 온다고 백성을 위협하고 있다. 왕조 겸 총독부체제가 북의 체제다. ◆일본 삿포로에서는 40년만에 오누이가 만나고,40년만에 노모와 아들이 전화로 이어지는 드라마가 전해졌다. 그러나 감격이 컸던 만큼,어처구니 없는 일이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 것도 사실이다. 동생 한필화씨는 말했다. 『71년에 남조선쪽이 조건을 내걸어 오빠를 못만났다』 『남조선이 뒤늦게 북경 아시아경기 단일팀에 반대하고 있다』 ◆56세의 한필성씨로서는 무엇보다도 85세 노모와 전화로나마 이어졌다는 사실이 감격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평양의 노모는 말했다.『김일성 수령님이 잘 보살펴주는 덕분에 잘 살고 있으니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
『걱정되는 것은 남쪽에서 고생하는 너』라고 했다. 마치 북한당국의 정치선전원처럼 노모는 일방적으로 체제선전을 했다. ◆40년만의 혈육의 만남보다 「정치선전」을 앞세워야 하는 북쪽사람들의 비극은 가슴아픈 일이다. 그러나 「땅굴」을 팠다고 고개를 추켜세우고 큰소리치는 것은 어처구니없고,분노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북측은 태도를 돌변해서 땅굴을 팠다고 시인했지만,남한쪽에서 만든 「콘크리트장벽」 때문에 팠다고 말했다. 분노하다 못해 가련하다는 생각이 드는 억지다. ◆김일성은 지금 시계바늘과 겨루는 뜀박질에 목숨을 걸고 있다. 공산독재가 무너져가는 세상에서,그것도 아들에게 대를 물려주려는 딱한 입장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콘크리트장벽 때문에 땅굴을 팠다는 우스꽝스런 억지도 이런 딱한 궁지에서 꾸며낸 「얕은 꾀」다. 하지만 그의 「왕조겸 총독부체제」는 지금 역사의 발걸음소리에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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