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미ㆍ「이」공작”주장/“서독이 정보유출”트리폴리 시위【알제ㆍ튀니스 외신=종합】 서방측에 의해 화학무기공장으로 간주돼온 트리폴리 남쪽 랍타의 화학공장에서 14일 아침 화재가 발생,2명이 사망하고 공장대부분이 소실됐다고 리비아 관영 자나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자나통신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파괴공작으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알제의 한 아랍소식통은 UPI통신과의 회견에서 리비아인접 튀니지아로부터 여행객을 가장,침투한 특공대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한편 수천명의 리비아인들이 이날 트리폴리주재 서독대사관에 몰려가 서독이 랍타공장에 대한 정보를 누설했다고 비난하며 항의시위를 벌였다고 자나통신은 덧붙였다.
미 ABC방송은 이에 앞서 리비아 소식통들을 인용,문제의 공장들이 전소됐다고 보도했으며 백악관도 우방국으로부터 리비아의 화학무기공장들에 화재가 발생했음을 통보받았다고 발표했다.
한편 부시 미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미국이 개입되지 않았다』고 말한데이어 예루살렘의 한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그 사건은 이스라엘과 아무관계도 없다」고 이스라엘의 관련 가능성을 부인했다.
◎대미 긴장고조 새 불씨될 듯/백악관 경고등 전투기격추때와 상황흡사/중동영향력 확대 노린 미의 “적만들기”평도(해설)
미국이 화학무기생산공장으로 지목해온 리비아의 대형화학공장이 14일 원인불명의 화재로 전소한 사건은 그동안 이공장에 쏠렸던 국제적관심으로 보아 그냥 지나칠 사건이 아니다.
트리폴리남쪽 80㎞지점 랍타마을 외곽에 소재한 「파마150」이라는 이 화학공장은 88년 12월 레이건 당시 미대통령이 군사행동 가능성을 경고한 이래 미국의 대리비아 강경책의 주된 근거가 돼왔다.
현재까지 화재원인에 대한 분명한증거는 밝혀진것이 없으나 관측통들은 미국의 관련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면서 이 사건이 미ㆍ리비아간에 새로운 긴장요인이 될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무성한 추측속에서 미국의 개입 가능성이 우선 꼽히고있는 것은 미국이 그동안 이공장에 대해 보여온 엄청난 집착 때문이다.
미국은 공장의 건설초기인 87년 가을에 이미 이 공장을 화학무기공장으로 지목하고 당시 공장건설에 참여했던 서독의 임하우젠 케미사,일본의 일본제철등에 압력을 행사했다. 또 88년 9월 이후에는 공개적인 비난과 경고를 되풀이하면서 국제여론을 환기시켰다.
특히 89년 1월에는 파리화학무기 회담을 앞두고 경계 비행중이던 리비아 전투기를 지중해상에서 격추시키는 무력시위를 통해 리비아와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결과적으로 리비아문제를 회담의 주의제로 부각시켰다.
그러나 파리회담을 통해서도 기대했던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하자 한동안 이 문제는 관심밖으로 밀려나있었다.
미국의 비난에 대해 리비아는 이 공장이 의약품생산공장이라고 반박했으며 89년 1월 각국기자들을 랍타로 불러 현장을 확인시키기까지 했었다. 이 공장에 대한 리비아측의 주장은 그 이후에도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미국은 한동안 잊혀졌던 이문제를 지난주 다시 끄집어 냈다.지난 7일 피츠워터 백악관대변인은 랍타공장이 화학무기생산을 재개,소량의 신경가스와 겨자탄을 만들었다고 비난하면서 『어떠한 대응책도 배제할 수가 없다』고 군사공격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화재와 관련,미국의 개입가능성이 점쳐지는 것도 바로 88년 12월당시 레이건의 경고와 동일한 내용의 경고가 백악관에서 나온직후에 화재가 발생한 경위가 89년 1월4일의 리비아기 격추사건당시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동구의 변화가 가져온 세계적 긴장완화의 추세속에서 미국의 대외정책이 상당한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미정책결정의 핵심그룹인 우익진영은 「악의제국」소련의변화로 마땅한 적을 찾지못해 방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한동안 걸맞는 적수였던 이란마저 온건정책으로 적의 이미지를 상실한만큼 지상에서 미국의 유일한 적은 어쩌면 리비아뿐인지 모른다. 따라서 미국은 리비아의 빈사 절대가능성이 큰 랍타공장을 긴장야기의 도화선으로 삼고자 했을것이란 관측이 가능하다.
또 국내정치에 몰입,소련의 대외적 영향력이 최근 상당부분 감퇴됨에따라 중동지역에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할수있는 호기라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최근들어 미국의 대이란ㆍ대팔레스타인 관계가 개선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으며 눈엣 가시같은 존재인 리비아문제만 해결되면 미국은 중동지역에서 확고한 기반을 마련해 유럽에서의 영향력 감퇴를 얼마간 만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이같은 관측들은 한결같이 미국이 리비아와의 긴장을 유발할 필요성이 있었음을 뒷받침한다.
리비아측은 화재발생후 즉각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요원의 공작이라고 주장했으며 경계태세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군사력 열세를 감안,수차례에 걸친 미국의 공격을 감내해온 것으로 보아 리비아측이 테러공격등 즉각적인 대미행동을 보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화재원인이 무엇이든 이미 리비아가 미국을 지목한만큼 이번 사건이 상당기간동안 미ㆍ리비아 관계를 강경대결 국면으로 몰아갈 것임은 분명하다.【황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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