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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위 입씨름/윤승용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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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위 입씨름/윤승용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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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판문점에서 열린 455차 군사정전위 본회담은 또다시 결론없는 입씨름으로 끝나고 말았다. 공산측 요청으로 열린 이날 회담은 제4땅굴등 첨예한 현안이 다루어질 것으로 예상돼 평소의 2배가 넘는 내외신기자 1백여명이 몰려들었다.먼저 발언에 나선 공산측 수석대표 최의웅소장은 미군의 각종 첨단무기사진과 훈련모습 비디오를 보여주며 팀스피리트 중지를 요구하더니 슬그머니 땅굴문제를 들고 나왔다.

최소장은 『이른바 제4땅굴은 남조선측이 콘크리트장벽 문제를 만회하려고 터뜨린 날조극』이라며 전면적 과학적 공동조사를 기습제의했다. 군정위 조ㆍ중측 관계자와 전문가ㆍ취재기자 60명이 헬기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현장에 갈 테니 신변안전을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유엔군측 수석대표 래리ㆍ보트 미해군제독은 처음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응했으나 공산측이 『지금 바로 조사를 실시하자』며 「신변안전 담보확인서」라 쓰인 쪽지를 내놓고 서명해줄 것을 요구해오자 일순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공동조사가 실상은 「북한측 단독의 조사단 기습남파」를 의미하는 것이며 「헬기를 통한 군사분계선 통과」가 정전위에서 다루어질 수 없는 중대한 현안임을 간파한 것이다.

5명의 대표 뒤에 자리한 유엔군측 참모진은 즉각 구수회의를 갖고 공산측의 제의가 『공동조사라는 미명 아래 단독조사를 감행하자는 것으로 유엔군측이 즉답할 수 없으리라는 점을 노린 역공세』라고 결론짓고 『지난 5일 이미 제의한 공동감시 소조 활동부터 부활하자』고 요구했다.

공산측은 67년 4월5일 소위 「월경총격사건」 이후 휴전협정에 근거한 「공동감시소조」 활동을 계속 거부해왔고 이번 땅굴관련조사 활동제의도 거부해왔던 터였다.

결국 이날 회담은 『판문각 뒤편에 대기시킨 헬기로 지금 즉시 현장으로 가겠다』는 비상식적인 제의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는 공산측과 이를 되받아치는 유엔군측의 설전으로 끝나고 말았다.

휴전협정 이래 최초의 「남북공동조사」가 실현되지 않나 잠시 흥분했던 기자단은 북의 교묘한 선전술에 또다시 배신감과 허탈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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