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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기 내딛는 개혁 소련(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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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기 내딛는 개혁 소련(사설)

입력
1990.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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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셰비키혁명 이후 70여년만에 소련은 외형상 서방세계의 정치체제를 본뜬 정치구조의 뼈대를 갖추게 됐다. 14일 소련의 국회에 해당하는 인민대표대회는 대통령제를 채택,예상된 대로 초대대통령에 당서기장 고르바초프가 당선됐다. 정치적으로 보자면 개혁ㆍ개방을 추진해온 고르바초프체제가 제2단계에 들어설 채비를 끝낸 것이다. 이로써 고르바초프는 지난 5년 동안에 시도해온 개혁정책을 새로운 정치적 기반 위에서 확대시켜야 될 고비에 이른 셈이다.이미 보도된 것처럼 고르바초프대통령은 미국의 대통령과 프랑스의 대통령을 합친 것과 같은 막강한 권력을 한몸에 지니게 됐다. 미국의 대통령이 엄격한 3권분립체제의 제약과 견제를 받는 것과 달리,소련의 대통령은 인민대표대회의 불신 임결의에 의해서만 견제될 수 있다. 그러나 총대의원의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서만 불신임이 가능한 만큼,실질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견제는 어렵게 돼 있다.

또 프랑스의 대통령도 의회해산권을 갖고 있지만,사회당의 미테랑대통령은 의회를 지배하는 우파에게 정부를 넘겨줘야 되는 견제­균형 위에 서 있다.

이처럼 서방측의 어느 대통령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자리가 소련의 대통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의 대통령은 앞으로 2대부터는 전국민이 참여하는 보통선거에 의해 뽑힌다는 데에 역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옐친도 지적한 것처럼 그동안 소련은 20명의 당정치국이 지배해왔다. 또 당은 정부를 지배하고 국민을 지배해왔다. 따라서 직접선거에 의한 대통령은 당과 정부의 관료들에 의한 직접적인 제약의 영향권 밖에 설 수 있다는 역학관계가 성립된다.

대통령제 채택에 앞서 급진파가 반대에 나선 이유도 막강한 권력집중이 새로운 독재를 낳을 것이라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세는 찬성 1천5백42에 반대 3백68로 결말이 났었다.

고르바초프는 이미 경제적 개혁의 준비작업을 끝낸 상태다.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농토를 포함한 사유재산제도의 허용이 그것이다. 이제 고르바초프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경제문제와 연방 와해의 위기감이 팽배한 소수민족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그에게 경제개혁은 대세를 몰아 당과 정부의 관료들을 뒷전으로 밀어내려는 정치제도 개혁보다 더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시장경제원리의 도입을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야 될 것이지만,엄청난 인플레와 실업의 압력을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발트3국의 독립운동도 모스크바측에 최소한의 체면치레를 전제로 해서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타협적 해결을 찾아야 되는 것도 그에게 지워진 짐이다.

어쨌든 고르바초프의 대통령취임은 소련공산당 사상 역사적인 드라마이다.

그가 성공하느냐 못하느냐에 관계없이 세계는 이 커다란 변화의 향방에 심각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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