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란 말은 『남의 물건을 날쌔게 채뜨려간다』는 뜻 그대로 도둑사회의 용어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정치판에 자주 등장한다. ◆날치기 정치의 시발은 1952년 부산피란시절 이승만정권이 계속 집권을 위해 국회의원들을 협박해서 만들어낸 소위 발훼개헌안의 통과이다. 두번째 날치기는 54년 부결된 개헌안을 하룻만에 억지를 부려 뒤집은,사사오입에 의한 가결선언이었다. 역시 50년대 날치기의 걸작품은 58년 자유당이 무술경위를 시켜 야당의원들을 끌어낸 뒤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24파동이다. ◆그러나 날치기 통과의 전성기로는 3ㆍ4공화국 시절을 꼽아야 한다. 64년 한ㆍ일협정비준안 처리를 스타트로 한 날치기 처리의 대표적인 것은 3선개헌안.야당의원들 몰래 새벽에 서울 태평로 국회 제3별관에서 여당의원들 만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어처구니 없었던것은 권력을 제멋대로 휘둘렀던 유신 체제때 국회도서관과 의원총회실에서 여당의원들만으로 형법개정안과 김영삼의원(신민당총재) 제명안을 통과시킨 것들이다 ◆날치기 통과에는 대개 일정한 패턴이 있다. 정부ㆍ여당이 처리하려는 의안에 대해 야당이 반대 끝에 회의장 점거와 농성 등으로 극한투쟁을 벌이고 여당은 작전하듯 회의장을 옮겨 전격적으로 의사봉 대신 주먹이나 손바닥으로 쳐서 통과시키는 방식이다. ◆아무려나 국민이 그토록 진저리를 내는 「날치기 악몽」이 또다시 살아나 큰 실망을 주고 있다. 민주화를 지향한다는 6공,특히나 새정치를 약속한 거대여당이 국회국방위에서 소정절차를 생략한 채 군조직법개정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것이다. 민자당이 곧 절차의 미비를 인정한 것은 다행한 일이나 날치기에 신물이 난 국민들로서는 여간 불쾌하지 않다. 날치기의 거부감을 거여는 정녕 몰랐을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